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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도 괜찮은 다툼
져도 괜찮은 다툼
2011-01-20 (Thu) 마을지기 [2011-02-08 07:07]
전대환 미즈내일
져도 괜찮은 다툼
전대환 (구미 한울교회 목사 | 전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지각이다. 과장의 호통을 들은 박 대리는 얼른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죄송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다 하도 안 와서 아내 차를 타고 출근하려고 전화를 했지요. 아내가 5분 만에 준비하고 나와서 차를 타고 가는데 길이 너무 막혔습니다. 얼른 차에서 내려 길옆에 서있던 말을 타고 달리는데 그만 말이 한강에 빠졌어요. 제가 헤엄을 치던 중 악어를 만났고 격투 끝에 이겼습니다. 거기부터 헬리콥터를 타고 회사에 도착한 것입니다.” 과장은 책상을 주먹으로 쾅 치며 말했다. “뭐라고? 내가 그 황당한 거짓말을 믿을 거라 생각하나? 다른 건 몰라도 자네 부인이 어떻게 5분 만에 준비를 하고 차를 몰고 나올 수가 있지?”
여성들이 외출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풍자하는 우스갯소리다.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 부부도 가끔 다툰 적이 있었는데 언제나 한 가지 이유 곧 시간 때문이었다. 약속시간에 늦는 것을 싫어하는 카터는 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던 어느 해, 카터는 아내의 생일에 카드를 주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보, 나는 지금까지 시간문제로 당신을 너무 많이 괴롭혔소. 그러나 이제부터 당신은 그 문제에서 해방이오.” 부인은 얼마나 기뻤던지, “당신이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단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집에서는 같이 외출할 일이 있을 때 둘 다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다. 오히려 때로 아내를 기다리게 하는 건 내 쪽이다. 그래도 다툼은 있다. 결혼 20년을 훌쩍 넘겼지만, 최근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일도 있다. 아내는 세탁을 한 옷을 보관할 때 꼭 단추를 잠가 둔다. 입을 때 불편하게 왜 그러느냐고 이의를 제기하지만 번번이 내 의견은 묵살 당한다. 그밖에도 치약을 짜 쓰는 문제, 필통에 필기도구를 꽂아두는 방향 문제 등 사소한 이견이 있었지만 이제는 둘 다 그런 문제를 가지고 말을 하지 않는다. 옷을 꺼내 입으면서 단추 잠긴 옷을 들고, 또는 이를 닦기 전에 치약을 들고 씩 웃으면 아내도 씩 웃는 것으로 끝이다. 피차 무슨 말을 할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같이 오래 살면 서로 상대에 대하여 거의 귀신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는 게 부부인 것 같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심중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이런 형편인데 거기서 이기고 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내를 또는 남편을 이기면 행복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부부 사이에서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상대를 굴복시켜 패자로 만들면 결국 자신도 ‘비참한’ 패자와 함께 사는 게 돼버리니 개운한 일이 아니다. 여자의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말하지만, 남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어려서는 어머니에게, 결혼을 해서는 아내에게, 나이 들어서는 딸에게 훈련을 받고 사는 게 편한 종족이니까. 남편 쪽이든 아내 쪽이든 일찌감치 포기하고 ‘져 주어도’ 찾아오는 건 평화일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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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0 (Thu)
마을지기 [2011-02-0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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