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전대환 칼럼] 강바닥보다 마음 먼저 비워라!
[전대환 칼럼] 강바닥보다 마음 먼저 비워라!
2010-03-11 (Thu) 마을지기 [2010-03-12 06:55]
전대환 내일신문
강바닥보다 마음 먼저 비워라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 안디옥교회 목사)
[내일신문] 기사입력 2010-03-11 12:21
새벽에 일어나서 ‘비움의 도’를 수행할 때, 비록 장소가 화장실이지만, 그 기쁨은 산해진미가 입으로 들어갈 때의 기쁨에 결코 못지 않다. 몸 밖으로 배출되는 몸의 일부의 양과 질, 배출되는 시간과 난이도 등을 종합하면 그날의 건강상태가 손에 잡힐 듯 가늠된다.
요즘은 불룩하던 배 둘레의 곡선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을 느끼는 쾌감도 쏠쏠하다. 그동안 세워두었던 러닝머신을 지난 설날 이후 다시 가동하기 시작한 덕이다. 0보다는 100에 훨씬 더 가까운 수십 킬로그램 되는 몸무게에서 1~2킬로그램쯤 빠져봐야 겉으로는 표시가 잘 안 나지만, 살이 빠지고 있는 것을 관찰하는 재미는 삶에 새로운 활력을 준다. 처음에는 식구들과 가까운 이들의 눈총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허리띠를 편하게 잠그는 즐거움으로 스스로 더 열심이다. 비움과 빼냄의 수행이 주는 행복이다.
"서른개 바퀴살이 한 군데로 모여 바퀴통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수레의 쓸모가 생겨난다.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생겨난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방의 쓸모가 생겨난다."
진단도 없이 배 가르는 행위
노자의 도덕경 11장에 나오는 말이다. 만일 바퀴가 속이 꽉 차 있다면 단거리로 잠깐 구르는 것은 모르지만, 장거리를 오래 굴러갈 수는 없다. 속이 비어 있지 않은 것을 두고 그릇이라 하는 사람은 없다. 방도 공간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방이 아니다.
사람의 몸도 공간이 일부 확보되어야 건강하다. 위(胃)에는 음식물을 담아 소화를 시킬 공간이 있어야 하고, 장(腸)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운반할 공간이 있어야 하고, 혈관에는 피를 돌게 할 공간이 있어야 하고, 허파에는 숨이 들락거릴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들 장기에 공간이 부족하면 어떤 방법으로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경우라도 무작정 공간만 확보하려고 무리하게 수술을 하는 의사는 없을 것이다. 필요한 검사를 다 해보고 종합적인 진단을 내린 뒤에 수술을 하든 약물치료를 하든 결정하는 것이 상례이다.
요즘 4대강의 바닥을 긁어내는 공사가 한창이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은 강물을 잘 흐르게 하자는 것일 터다. 물길의 공간을 확보하여 수량을 늘리자는 뜻인 것 같다. 그러나 그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괜찮을 거라고 호언장담만 하고 있을 뿐, 어디에도 괜찮으리라는 확증은 없다.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각종 평가와 진단이 충분한 시간과 절차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일단 배부터 갈라놓고 보자는 의사,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는 의사를 보는 것 같다. 미국의 허드슨 강 준설사업은 준설을 검토하는 데만 7년이 걸렸다고 하지 않는가.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강바닥을 열어젖힌 것을 두고, 오죽하면 겁도 없이 대책도 없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겠는가.
천주교 주교들과 1100여 사제들이 엊그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사업을 두고 사제들은 “우리 역사상 가장 참혹한 자연의 죽음”이라고 규정했다.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스님들도 사찰을 나와 심포지엄을 여는 등 걱정이 태산이다. 개신교 목사와 신도들도 북한강변에서 밥을 굶으며, 밤을 새우며 4대강 사업 중지를 위해 기도에 정진하고 있다. 서로 다른 종파의 종교인들이 무슨 이권이 생긴다고 이렇게 한목소리를 내며 고난의 길을 걷겠는가. 어떤 일을 판단할 때, 그 일을 통하여 득을 보는 사람의 주장보다는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의 주장을 더 무게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문가·성직자 충고 들었으면
최근 꽤 오랜 기간 동안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있는 4대강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것이, 비만도 아니고 건강에 별 문제가 없는 사람의 혈관확장 수술을 하겠다고 덤비는 것 같아 섬뜩하다. 노자가 ‘비움’을 가르친 것은 멀쩡한 것을 파내거나 도려내어 무작정 비우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라는 뜻이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내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만 옳다 하고 남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비우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판도라의 상자인지도 모르는 강바닥만 긁어내려 하지 말고, 제발 마음과 생각을 비워 전문가들과 성직자들과 국민의 걱정과 충고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바란다.
마을지기 [2010-03-14 19:55] from 121.151.xxx.117 조창래 선생님, 의견 감사합니다.^^
조창래 [2010-03-13 21:23] from 124.111.xxx.61 목사님 감사합니다 .전 4대강 살리기 위함에 대단히 잘 한다는 생각 이 들어요 물 부족 현실을 보았을때 우리 나라 처음엔 물 돈주고 사먹는다고 생각이나 하셨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냥 돈주고 사먹어요 ,땅 바위 구멍을 내어서 흐르는 냇물은 말라 가고 있구 먹는 식수 대란 안격었겠죠 ,저가 사는 동네 여기 저기 야단입니다 우리 나라가 살아야 할길을 찿는다고 생각 하길레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2010-03-11 (Thu)
마을지기 [2010-03-12 06:55]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