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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그게 자랑이냐?"
[전대환 칼럼] "그게 자랑이냐?"
2010-05-13 (Thu) 마을지기 [2010-05-13 14:37]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그게 자랑이냐?”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전 공동대표 | 한울교회 목사)
“그래, 증거고 뭐고, 북한 짓이라 치자. 그게 자랑이냐?” 단 몇 자로 된 글이었지만 섬뜩함을 느꼈다. 천안함 사태를 두고 일부 언론들이 뚜렷한 근거도 없는 ‘소식통’을 내세우며 연일 북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는 데 대한 어느 네티즌의 지적이다.
휴전선 철책이 뚫리고 중요 기지가 폭파당하고 수십 명의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어도, 국방부장관과 군 고위 지휘관들이 지금처럼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까. 피폭당한 해당 부대 책임자가 활보할 수 있을까. 나아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한 우리 군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TV 화면에 버젓이 노출시키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달포가 넘도록 사고 원인 조사를 한다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사태의 원인에 대하여 국방부나 조사단에서 흘러나오는 말의 조각들을 연결해보면, 아직 단언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들은 북의 소행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초계함이 침몰하고 희생자가 수십 명이나 되는데도 그걸 조사한다고 한 달 반이나 시간을 끄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무능’ 아니면 ‘꿍꿍이’의 소산일 가능성이 높다.
격침이라면 치욕스런 패배
만일 북의 소행인데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누가 한국군을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군이라고 하겠는가. 천안함이 보통 배인가. 적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온갖 장비들을 장착하여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배가 아닌가. 그런 배가, 그것도 한미 합동 훈련기간에 바로 그 인근에서 공격을 받아 졸지에 두 동강이 났다. 적은 소문 없이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는 세계 해전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패배가 아닐 수 없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군의 발표에 이의를 제기하는 박선원 박사를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하면서도 ‘인간어뢰’다 뭐다 하며 날마다 소설을 써내는 일부 언론들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 이런 걸 보면 국방장관도 북의 소행이기를 바라고 있거나, 그렇게 발표하려고 준비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 나름대로 고충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불성설이다.
2007년 11월, 향군의 17대 대통령후보 초청강연회의 마지막 연사로 등장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안보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도 안보는 모든 것의 초석입니다. 정치발전과 경제성장도 더없이 소중합니다만 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후보 시절부터 안보를 그렇게 강조하던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다시 안보를 강조하고 나오는 것도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 안보 구멍이 뻥 뚫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잘못을 모르는 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와중에 전시 작전통제권 찾아오는 것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쪽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얼굴을 뜨겁게 만든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들먹이는 나라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반세기 넘도록 남의 나라에 전시 작전통제권을 맡기고 있는 것이 분명 자랑거리는 아닐 텐데, 그것을 공론화하려고 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격에 맞지 않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전시상황의 피격이라고 생각하면서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들먹이는 것은 결국 피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미국에 묻는 꼴이 되니 그것도 우습다.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은 어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며, 사건 원인을 오판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중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인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정상회담을 하는 등,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건의 ‘잠정결론’에 대해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으려고 애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도 간단치는 않은 것 같다. 간단치 않은 게 문제가 아니라 자칫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게 더 걱정이다.
돌파구는 하나, 진실 말하는 것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종 조사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군과 정부는 퇴로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북의 소행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것이고, 북의 소행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에도 무능함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돌파구는 오직 한 가지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매도 일찍 맞는 것이 편하다. ‘정직한 사람은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리저리 꿰맞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정보를 흘리고 저녁에 쓸어담는 일이 많은 걸 보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정부가 기억할 것이 많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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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3 (Thu)
마을지기 [2010-05-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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