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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임기말 권력누수
[전대환 칼럼] 임기말 권력누수
2011-01-13 (Thu) 마을지기 [2011-01-14 09:45]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임기말 권력누수
전대환(구미 한울교회 목사)
기사입력 2011-01-13 14:21
어제 나온 신문들을 검색하여 내용을 읽던 중 몇 번이나 놀랐는지 모른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공식 사퇴하기 이전에 나온 조간신문들부터, 보수와 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신문들이 하나같이 정 후보자의 사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고, 칼럼은 물론 기사에서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와 레임덕을 지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난히 각을 세웠던 신문조차 현 정권을 아프게 때렸다. 이 신문은 "이명박 정부에서 발탁된 인사들의 인사청문회 낙마율은 11.6%로 노무현 정부(3.4%)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이댔고, 전 정부 때 낙마한 전효숙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는 임명 절차가 잘못됐고,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는 인수위에 참여했던 것이 원인이라며 그 이유가 비교적 가벼웠음도 친절하게 표로 제시했다. "어떻게 이토록 (인사를) 잘못할 수 있는지 감탄할 정도"라며 대통령의 인사를 혹평한 편집국 간부의 칼럼에 이르러서는 '이게 그 신문 맞아?' 하는 의아스러움마저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벌써 여러 차례에 걸쳐 '레임덕이란 없다'고 주장했지만, '없다'는 말을 한 번씩 할 때마다, 아직 이른 때인데도 레임덕 현상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레임덕을 우리말로는 보통 '임기 말 권력누수'라고 하지만, 지금은 '임기 중'이라는 게 문제다.
언행불일치가 한두번이었다면
이쪽에서 물을 1톤을 보내면 저쪽 파이프 끝에서 1톤이 그대로 나와야 하는데, 중간에서 다 새고 목적지에는 반밖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그건 위험한 상황이다. 대통령의 급격한 레임덕은 여야를 떠나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선장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한 배를 탄 사람들은 그 선장과 함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닿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이 여당에서조차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근본 원인은 대통령 본인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후보시절부터 '정직'을 유난히 강조했는데, 그 자신이 얼마나 정직성을 가지고 정치를 했는지, 공정사회를 그렇게 외쳤는데, 정말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했는지, '서민들을 돕는 것이 내 삶의 가치'라고 했는데, 실제로 서민 중심의 정책을 펼쳤는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한두 번 정도였다면 묻힐 수도 있고 잊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반복되면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4대강을 훼손하는 공사를 벌려놓고 '살리기'라고 아무리 주입시켜도 일시적으로는 통할지 모르지만 길게 가지는 못한다. 지난 3년 동안 학습한 국민들에게 이제 '밑천'이 바닥난 것이다. 말이 더는 먹혀들지 않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트위터 팔로어들에게 진지하게 물어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년간 '잘한 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5분도 안 돼서 그 시점에 접속해 있던 사용자들로부터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다. 놀랍게도 90% 정도의 답은 '우리에게 선거의 중요성과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는 것이었고, 나머지는 '전봇대를 뽑은 것' 같은 소소한 것들이었다. 그래도 호의적인 대답이 없을까 싶어 꼼꼼히 살폈다. '잘하든 못하든 의사결정이 빨랐다는 것' 등 그나마 긍정적인 답이 한두 개 있을 뿐이었다. 참담했다. 대통령과 측근들은 아직 '지지율 50%'라는 허깨비를 부여잡고 있는지 모르지만, 빨리 꿈에서 깨어나야 할 것 같다.
선거와 민주주의 중요성 일깨워줘
이명박 대통령도 그 나름대로의 열정과 순수함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길을 줄기차게 갈 만큼 무딘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그러나 본인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측근이 아닌 사람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신뢰하려 들지 않는다면 자신을 성찰해 보는 것이 상식을 가진 사람이 할 일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레임덕이 시작된 것은 현실이다.
사정기관 틀어쥐기나 불법사찰 같은 유혹에 빠지지 말고,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한다면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길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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