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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태풍보다 무서운 것
[전대환 칼럼] 태풍보다 무서운 것
2010-09-06 (Mon) 마을지기 [2010-09-10 18:38]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태풍보다 무서운 것
전대환 (구미 한울교회 목사)
브라질의 까마라 대주교의 의미심장한 말.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성자(聖者)라고 불렀다. 그러나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왜 먹을 것이 없는지 물었을 때 사람들은 나를 빨갱이라고 불렀다.” 성직자가 가난한 사람들이나 보살피면 되지, 사회 문제나 정치 문제를 왜 들고 나오느냐는 지적에 대한 소회다. 종교인들은 정치문제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종교가 권력과 결탁하는 것이 문제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종교 고유의 임무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고 했듯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부스러기를 찔끔찔끔 줘봐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도 아직 까마라가 지적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교기관이나 단체가 나서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지만, 그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가난하지 않게 살아갈 방법이 없는지 그 길을 찾아보자고 하면 머리 아프다고 한다.
10년 동안 빈곤층 2배 증가
아이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한평생을 먹고 살지만, 물고기 열 마리를 주면 하루나 이틀밖에 살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 열심히 일하면 가난해지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빈곤층은 19.2%이다. 1996년 IMF 직전에는 11.3%였다. 10년 남짓 지나는 사이에 빈곤층이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세계경제협력개구(OECD)는 국민 평균소득의 50% 이하의 소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빈곤층으로, 50~150% 정도를 중산층으로, 그 이상을 상류층으로 구분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을 어림잡아 평균 2000만원 정도라고 한다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보면 연봉 4000만원 이하의 가구는 빈곤층, 4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정도는 중산층, 그 이상은 부유층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된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의 경우 교육, 의료, 주거 등의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니까 4식구가 월 300만원 정도 안쪽으로 사는 것은 빈곤한 삶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계층을 구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섯 집 가운데 한 집이 빈곤층인 셈이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말처럼 열집이 한집 정도를 보살피면서 사는 것은 그럭저럭 가능하다. 그런데 빈곤층이 20%쯤 되면 이제는 그냥 도와주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빈곤층 가운데,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은 그 가운데서 20% 정도니까 나머지는 열심히 일은 하면서도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4인 가족의 경우 네 식구 모두 일을 해도 최저임금으로는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심각하다. 한계점에 도달했다.
그러면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는 빈곤층이면서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빈곤층에 해당하는 당사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빈곤층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을 그냥 둔 채 ‘친 서민’을 외치며 대통령이 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한다. 유류비 환급 같은 명목으로 한 해에 돈 몇 십만원씩 나누어준다고 풀릴 일도 아니다.
국가경제 시스템 대수술해야
빚을 더 지라고 부추기는 것도 안 된다. 나라를 개조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국가경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수술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부유층은 세금 더 내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중산층은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해야 한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빈곤층을 줄여야 한다. 한가하게 4대강에 보를 세우고 강바닥만 파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열심히 일하면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말을 그 누구도 함부로 못하는 상황이 왔다. 빈곤층이 늘어가도록 이 상태로 방치하면 공멸할 수 있다. 정부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문제 때문에 시끄러운 것이 단순한 분노가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10.9.6 석간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기사입력 2010-09-0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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