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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국민경고 무시하면 재앙 온다
[전대환 칼럼] 국민경고 무시하면 재앙 온다
2010-06-04 (Fri) 마을지기 [2010-06-04 13:32]
전대환 내일신문
국민경고 무시하면 재앙 온다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전 공동대표 | 한울교회 목사)
지방선거 후폭풍이 거세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사퇴했고,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몽준 대표야 당의 선거 사령탑으로서 직접 진두지휘를 했으니,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표한 것은 청와대가 지방선거에 깊이 관여했었다는 자백이고, ‘지방선거에 불과하다’고 그 의미를 축소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정 실장의 말을 묵묵히 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지방선거결과를 다 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자”고 했다니, 믿어 보자.
여당 안에서도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4대강 문제나 세종시 문제 등에 대한 속도조절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말들이 ‘립 서비스’로 끝나지 않으려면 실천으로 그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은 몇 가지 경고메시지를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에 보냈다.
다수 국민 세종시원안 지지
첫째, 다수 국민은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고 했다. 야권 후보자들은 ‘4대강 사업 반대’를 전면에 내걸고 승리했다. 어느 후보자의 말처럼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한민족의 정기가 서린 4대강을 파 뒤집어 인공조형물로 만드는 것은 범죄다.
둘째, 다수 국민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했다. 수정안을 지지하는 여당 후보는 충청권에서 발도 붙이지 못했고, 수도권 후보자들조차 세종시 원안 추진을 크게 외치면서도 당선되거나 선전했다. 이런데도 수정안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다수 국민의 뜻에 대한 전면적 거역이다.
셋째, 다수 국민은 남북 긴장조성을 그만 두고 관계를 개선하라고 했다. 이윤성 의원과 한나라당에게는 천안함 사건이 인천에서 일어난 것이 다행이었는지 모르지만, 인천 시민들은 한나라당 후보자들을 외면했다. 북과 인접한 강원도 민심도 다르지 않았다.
넷째, 다수 국민은 진보적인 교육정책을 요구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이전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혁명을 일으킨 셈이다. ‘가난 증명서’를 떼어오면 밥을 준다는 식의 생각은 접어야 한다. 마음껏 자유로워야 할 학생들을 무한경쟁의 입시지옥으로 내모는 정책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국민은 광장을 개방하라고 했다. 며칠 전, ‘천안함 침몰은 자작극’이라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한 고등학생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란다.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고 다른 의견을 냈다고 해서 그런 모양인데, 자라는 학생이 어떤 사건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과 회의(懷疑)를 가지고 있다면 칭찬하고 상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 학생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도리다. 온라인 광장을 유린하는 유사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네티즌들은 투표로 분노를 표출했다. 온라인 광장뿐만 아니라, 온갖 이유를 붙여 대표적인 오프라인 광장인 서울광장을 틀어막는 일에 대해서도 서울 시민들은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그동안 청와대와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50%를 넘나든다는 자체 여론조사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여 왔지만, 응답률이 10%를 넘기기도 어려운 요즘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얼마나 허구적인가도 이번 선거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른바 ‘친이 직계’라고 불리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거의 예외 없이 여당이 참패한 것을 보아도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당의 철옹성이라는 영남지역에서도 한나라당 후보자들이 혼쭐이 난 곳이 많다. 대통령과 여당은 선거로 표출된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면 안 된다. 경고를 무시하면 그 다음에 올 것은 재앙밖에 없다.
4대강사업 ‘수습’ 착수를
벌써부터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말을 묻으려 하는 몸짓이 나오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당선자는 어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했고, 정두언 의원도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은 지방선거와는 별개”라고 했다.
반면, 야권 광역 단체장들은 일제히 4대강 사업 강행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전운이 감돈다. 대통령의 급격한 레임덕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 야, 전문가, 시민사회를 망라하는 공정한 협의체를 꾸려서 이미 벌여놓은 4대강 사업 ‘수습’에 즉각 착수하기 바란다. 그리고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책들도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이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그래야 우리 국민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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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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