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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많은 12월
사연 많은 12월
2010-11-26 (Fri) 마을지기 [2010-12-24 01:52]
전대환 미즈내일
사연 많은 12월
전대환 (구미 한울교회 목사 | 전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첫사랑이 잘 산다고 하면 배가 아프고, 못 산다고 하면 가슴이 아프고, 같이 살자고 하면 머리가 아프다.” 처음에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말이다. 지금도 트위터에서 이 말이 올라오면 공감한다는 말들이 가지에 가지를 치면서 퍼져 나간다. 일 년 동안 잊고 살다가도 12월이 되면 한번쯤 생각나는 것이 첫사랑의 추억이고 아픈 기억이다.
날이 추워져서 옆구리가 더 시릴 수도 있겠고, ‘한 해’라는 삶의 한 단락을 통과하며 나이테를 하나 더 휘감는 때여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12월에는 크리스마스가 끼여 있어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나 아픈 기억의 깊이가 더해질 수도 있겠다. 글쎄, 2천 년 전의 예수와 21세기 사람들의 추억 만들기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수가 태어나던 그날도 숙박업소는 만원이었고, 요즘도 그쪽 사업 종사자들이 예수의 생일을 반기는 것을 보면 무슨 관계가 있기는 한 모양이다.
예수만큼 사연을 많은 남자도 드물 것이다. 짧은 생애를 사는 동안은 말할 것도 없고 태어날 때부터, 아니 조상 때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성경 마태복음서에 보면 예수의 족보가 나오는데, 대부분 남자들 이름이지만 그 가운데서 여자의 이름에 네 번 나온다. 그 네 사람이 모두 별난 사연을 가진 할머니들이다. 그 가운데서 다말이라는 여자는 시아버지와 관계를 가져서 아이를 낳은 사람이고, 그 아이가 족보에 올라갔다. 라합이라는 여자는 기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룻이라는 여자는 외국인이었는데, 이스라엘 출신 외국인노동자였던 첫 남편을 잃고 부잣집 영감의 재취로 들어간 사람이다. 그리고 밧세바는 다윗의 후궁으로서 그 유명한 솔로몬의 어머니인데, 본디 다윗이 총애하는 신하의 아내였으나 다윗이 신하를 죽이고 빼앗은 여자다.
이 네 조상의 사연들은 모두, 사실 어디다 내세우기 부끄러운 것들이다. 성경에 나와 있는 예수의 조상들 가운데는 이이들 말고도 떳떳하지 못하게 산 사람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성경은 이런 사건들을 미화하거나 여과하지 않고,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다 담고 있다. 사람의 눈으로 볼 때는 윤리에도 어긋나고, 상식에도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들이 다윗 왕조의 조상이자 예수의 조상이 되었다.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든, 기억하기조차 싫은 아픈 경험이든, 깔끔하게 정리되고 소화될 수만 있다면 모든 사연은 우리에게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 아닐까. 그런 사연을 가진 이들과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오신 분이 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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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6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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