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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2011-06-06 (Mon) 마을지기 [2011-06-07 16:51]
전대환 미즈내일
보이스피싱
전대환 (구미 YMCA 이사장)
어느 날 오전, 전화벨이 울렸다. 벨소리로 보아 이건 집 전화다. 매우 드문 일이다. 내 책상 위에는 전화기가 꽤 여러 대 있는데, 친척들이 집으로 연락을 하는 경우가 이따금씩 있어서 위층에 있는 집전화의 휴대용 단말기도 하나 갖다 두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전화가 오면 “예,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대환입니다!” 하고 받았지만 요즘은 광고전화가 더 많이 오고, 개인정보 유출도 염려되어 그냥 전통적인 방법으로 받는다. “여보세요?”
상대도 “여보세요?” 한다. 남자 목소리다. 훈련 받은 텔레마케터는 아니다. ‘마음 상하지 않게 어떻게 정중하게 거절하지?’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안도의 순간도 잠시. 그 남자가 “거기 ○○이 집이죠?” 한다. ○○은 딸아이 이름이다. 어라, 이건 뭐지? 이렇게 물으며 전화할 사람이 없는데! 이렇게 생각한 건, 학교 다니느라 객지에 살기는 하지만, 딸아이의 주변 인물들은 내가 거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아무개 집이냐고 묻는 데 대해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렇다고 했다. 남자가 말을 이었다. “여기 ○○이 일하는 곳인데요.” 엉? 이건 또 뭔 소리야? 얘가 언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나? 그건 아닐 텐데. 불과 한 시간 전 문자를 주고받을 때도 그런 말은 없었는데. 그러냐고 대답하고 뒷말을 기다렸다. 몇 초 후 다시 음성이 들렸다. “○○이 바꿀 테니 직접 이야기해보세요!” 저쪽에서 “야, 전화 받아!” 하고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긴장감이 돈다. 어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우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의 강도가 높아졌다. “빨리 받아!” 하며 윽박지르는 소리, 여자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 그제야 이게 ‘보이스 피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침착하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침 옆에 있던 휴대전화기를 들어 음성녹음 버튼을 눌렀다. 경찰에 신고할 때 자료로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해놓고 다른 전화기를 들고 딸아이 휴대전화 버튼을 눌렀다. 사실확인을 위해서다. 그러는 동안 저쪽에서 말한다. “내가 당신 딸을 납치하고 있어. 듣고 있어?” 음, 이게 본론이구나. “그래요? 아이 좀 바꿔주세요.” 한참 머뭇거리더니 남자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버튼 누르는 소리를 들어서일까.
그때까지도 심장은 뛰고 있었다. 통화중에 멀티태스킹으로 했던 작업들은 모두 실패였다. 녹음도 안 됐고, 딸아이 전화번호도 잘못 눌렀다. 혼이 나가 있었던 것 같다. 침착한 것으로 말하자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믿었던 내가, 딸내미와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연락을 하고 지내는 내가 이렇게 허둥대다니, 참 모를 일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바로 전까지 문자로 얘기해놓고 또 웬 전화냐 하는 투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헐~” 한다. 걱정 말라며 자기 친구 몇 명의 전화번호를 또 찍어줬다. 나의 전화기에 그들의 번호를 더 저장시키는 것으로 사건은 끝났다.
트위터에다 보이스 피싱 주의하라며 글을 올렸다. 금방 댓글들이 달렸다. “고전수법이지만 당하신 분들 많아요” “급할 때는 목소리 구별하기 힘들답니다” “이거 막상 겪으면 혼비백산합니다” 등등….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서 신고를 했다. 담당경관이 이렇게 말했다. “아, 그래요? 오늘도 몇 건 비슷한 신고가 들어왔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저도 당할 뻔 했어요.”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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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Mon)
마을지기 [2011-06-07 16:51]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