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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물난리통에 ‘행복사강’?
[전대환 칼럼] 물난리통에 ‘행복사강’?
2011-05-19 (Thu) 마을지기 [2011-05-19 16:02]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물난리통에 ‘행복사강’?
전대환(구미 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그야말로 '난리'였다. 지난 주 구미시와 김천ㆍ칠곡 일부지역에서는 어떤 곳은 사흘, 어떤 곳은 엿새 동안이나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 동네는 단수기간이 비교적 짧았고, 우리 집에는 산속에서 길어다놓은 식수 한 통과, 화장실 수도꼭지를 미처 고치지 못해 거기서 나오는 물 받아 놓은 게 조금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물이 안 나오는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원시인 생활을 해야 했다.
기관이나 업체들의 곤란도 컸지만 정작 정말 애를 먹은 곳은 가정이었다. 먹는 문제야 인스턴트식품을 사먹어도 되고 최악의 경우 며칠 굶을 수도 있다지만 몸에서 배설되는 것들은 어쩔 것인가. 시청에서 샤워실을 개방한다고 했으나 그걸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안다고 하더라도 볼일 있을 때마다 시청까지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단수상황이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었어도, 그 기간이 짧았어도 문제가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텐데, 무려 5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몇날며칠을 물 없이 살았으니, 지옥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데가 아닐까 싶었다.
돈이 있고 건강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고생이 적었다. 자동차를 타고 먹을 것을 사올 수도 있었고, 지하수를 이용하는 대중목욕탕에 가서 씻을 수도 있었다. 비싸기는 하지만 생수를 사다가 화장실 변기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여유가 없어도 몸이 건강한 사람들은 생라면을 씹거나 겨우 구한 물 몇 컵으로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었다.
50만명이 물없이 사는 건 '지옥'
문제는 장애인들과 노인들이었다. 모두들 제 코가 석 자인 판국이라 이웃들도 그들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단수 초기에는 말할 것도 없고, 수자원공사에서 생수를 배급해줄 때도 그들은 아파트 관리실에서 집까지 가지고 들어가지도 못했다. 건장한 사람도 그 기간에 물 들어나른다고 어깨가 빠진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왜 이런 대란이 벌어졌을까. 내일신문은 지난 12일 "4대강사업이 구미 '식수대란' 불렀다"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구미 단수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4대강 준설사업 때문임을 지적한 바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같은날 몇 줄짜리 보도 설명자료를 내, "구미지역의 단수사고는 용수공급을 위하여 설치한 가물막이보의 하단이 지속적인 물흐름에 의해 세굴되어(파여서) 일부구간이 유실, 취수중단 및 단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4대강 사업과는 관계가 없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수자원공사에 책임을 묻겠다던 남유진 구미시장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4대강 공사가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으니 이들이 시민들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그러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사고를 낸 취수장은 4대강 공사구간 안에 있다. 취수장 보가 무너진 것은 물 흐름이 빨라졌기 때문이고. 유속이 세진 것은 취수장 바로 아래쪽에서 강바닥을 파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수장에서 준설구간과는 거리가 있다고 항변하지만 불과 몇십미터였다. 아래쪽에서 모래를 파내는데 위쪽의 모래가 무슨 굳은 의지를 가졌다고 그대로 있겠는가. "술은 많이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수자원공사는 단수 때문에 고생하는 시민들에게 나누어준 생수통에 "행복사강"이라고 새겨서 돌렸다. 그들에게 염치란 게 있는지 궁금하다.
물 흐르는 법 거스르는 업보
정말 큰 걱정은 이게 구미 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4대강의 바닥이 낮아짐으로 해서 많지 않은 봄비에도 지류의 바닥이 깎이고 둑이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그 흙이 다시 큰 강으로 쓸려와서 쌓인다는 보고도 있다. 여름에 본격적으로 큰비가 오면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 고통지수가 9년 만에 지금이 최악이라는데(16일자 내일신문), 여기저기서 예기치 않은 물난리까지 겪게 된다면 그 고통을 어찌 견딜 것인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지난주 구미에서 직접 물난리를 겪어보니 그게 기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水)이 흐르는(去) 게 법(法)"이라 했다. 법을 거스르는 업보를 죄 없는 서민들이 지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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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9 (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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