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상품과 작품
상품과 작품
2011-04-03 (Sun) 마을지기 [2011-04-06 10:59]
전대환 미즈내일
상품과 작품
전대환 (구미 YMCA 이사장)
여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여자는 남편 친구 아내란다. 살림 잘하고, 상냥하고, 똑똑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시댁 식구들에게 극진하고, 거기다가 돈까지 잘 벌어오고…. 남편의 선후배 동료들은 어찌 그리 한 결 같이 마누라들을 잘 얻는지. 남편들도 할 말은 많을 터. 아내가 말하는 ‘이웃집 남편’은 술ㆍ담배 안하고, 퇴근하면 일찍 들어오고, 기념일 꼬박꼬박 잘 챙기고, 장인장모를 제 부모보다 더 잘 모시고…. 어디로 이사를 가도 이웃집에는 그런 남편이 꼭 산다. 그뿐이랴. 엄친아, 엄친딸은 또 얼마나 잘 났는데.
어느 방송사의 가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인기다. 가수 일곱 명이 출연해서 노래를 부르면 평가단이 심사를 해서 최하위 점수의 가수를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새 가수를 채우는 프로그램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실력 있는 가수들을 꼭 저런 식으로 경쟁을 시켜야 하나 하는 말은 많지만 세인들의 관심은 지대하다. 시청자들이 비교와 경쟁에서 쾌감을 얻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교와 경쟁을 통해서 쾌감만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문제지. 거의 모든 사람은 대결에서 만족함보다는 자괴감이나 실망을 더 많이 느낀다. 그래서 ‘나가수’ 프로그램은 일곱 명 중 하나를 탈락시키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팬들을 열광시킨 뒤에 칠분의 육에게는 안도감을 주고 칠분의 일에게만 허탈감을 주면 되니까 남는 장사 아닌가.
이건 관전할 때의 이야기고, ‘나의’ 문제로 돌아오면 ‘비교 병’의 폐해는 참담하다. 남편은 이웃집 남편 때문에 기가 죽고, 아내는 남편 친구 아내 때문에 속상하고, 아이들은 엄마 친구 아들딸 때문에 잔뜩 주눅 들어 사는 게 요즘의 일상이다. 그러나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자신을 불행히 여길 일도 없다. 행복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남보다 우월한 데서 찾으려 하니까 문제지,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사람은 혼자 있어도 행복하다. 남과 비교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혼자 있으면 견디지 못한다.
다른 것과 비교해서 값이 결정되는 것은 상품이고, 그 어떠한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작품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상품 중 하나가 되는 것과,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되는 것, 이 두 가지 삶의 방식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그건 개인의 자유겠지만, 세상 어떤 것에도 '존재의 이유'가 있고 '존재의 깊이'가 있다. 내가 없어짐으로 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슬픔을 준다면 그것은 '존재의 이유'이다. 내가 있음으로 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면 그것은 '존재의 깊이'이다. 상품은 하나가 탈나면 다른 것을 구입하면 되지만 작품은 망가지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영화나 TV에 나오는 늘씬한 연예인이나 여성잡지의 표지 모델을 보면서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로 생각하지 않는 ‘아줌마’는 위대하다. 이름 있는 남자 배우의 웃통 벗은 몸에서 탄력 있는 근육과 배에 그려진 임금 왕(王) 자를 보면서도 튀어나온 자기 배를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 ‘아저씨’는 고귀하다. 스타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외모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지만 평범한 아줌마와 아저씨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상품이 아니라 작품이기 때문이다. 상품은 수많은 것 중의 하나이지만 작품은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니까.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2011-04-03 (Sun)
마을지기 [2011-04-06 10:59]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