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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싸움
아이들의 싸움
2011-04-25 (Mon) 마을지기 [2011-04-28 18:38]
전대환 미즈내일
아이들의 싸움
전대환 (구미 YMCA 이사장)
아이 키우는 데 어렵지 않은 일이 없지만, 그 가운데서도 난감한 게 아이들 싸움 문제다. 오죽하면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는 속담까지 있을까. ‘때린 놈은 쪼그리고 자고 맞은 놈은 다리 펴고 잔다’지만, 무작정 참으라고 하는 것도 부모로서 못할 노릇이다.
전문가들이 들으면 역정을 낼 일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별 탈 없이 커온 과정을 보면서, 아이들 싸움에 대해 느낀 점을 더듬어보면 서너 가지 기억나는 게 있다. 첫째,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였다. ‘내가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그게 남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그것을 늘 생각하고 행동이나 말을 하라고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말했다. 생각 없이 던진 말, 대책 없이 한 행동이 친구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만 조심해도 싸움거리의 반 이상은 줄어들 것이다.
둘째, 자기만족감을 키워주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는 십 수 년 전, 컴퓨터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우리 부부는 집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이미 하나씩 가지고 있었지만, 직업상 쓰는 것이라 그걸로 아이들에게 게임을 시켜주거나 학습용으로 이용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청계천과 용산을 드나들며 중고 부품들을 주섬주섬 사모아서 조립한 컴퓨터를 각자 하나씩 안겨줬다. 비록 고물이었지만 돌아가기는 했던지라 두 아이 다 만족스러워했다. 자동차도 신통찮고 집도 초라하지만 ‘우린 온 식구가 PC를 쓰는 IT가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해준 것이다. 그 당시 내가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지만,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긍지를 심어줄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감이 있으면 싸움도 덜 하게 된다.
셋째, 최소한의 강단(剛斷)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남에게 피해를 안 주면서 학교생활을 하려 해도 집적거리는 아이들은 있기 마련이다. 딸내미는 어려서 또래 아이들보다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걸걸해서 그런지 그런 일이 없었지만, 아들놈은 귀여운(?) 상이었던 데다가 덩치마저 작아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애를 좀 먹었다. 이놈 저놈 건드리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불러놓고 작전지시를 했다. “누가 널 귀찮게 하거든 일단 그녀석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하지 마!’ 하고 분명히 말해. 그렇게 몇 차례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한적한 곳으로 그놈을 불러내서 한 판 붙어! 일대일로 싸우면 웬만해선 안 다치니까, 이를 악물고 끝까지 싸워. 그러면 이길 수 있어.” 작전은 성공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들이 주먹이 세 봐야 얼마나 셀 것인가. 강단 있는 놈이 이기는 거지. 그 뒤로는 그게 소문이 나서 학년이 올라가도 일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삶인 것 같다. 싸움을 피하며 지혜롭게 사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아이와 늘 대화를 하고…. 그러나 먹고살기에 바빠서 그런 여건을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아이들에게 맡기는 것도 한 대책이다. 오래 전, 어린 자식을 두고 먼저 떠나는 어느 아버지가 아이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단다. “꽃과 나비는 부모가 돌보지 않아도 저렇게 아름답게 자라지 않느냐?” 부모가 코치하지 안하도 스스로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어쩌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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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5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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