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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말, 남자의 말
여자의 말, 남자의 말
2011-03-11 (Fri) 마을지기 [2011-03-16 23:13]
전대환 미즈내일
여자의 말, 남자의 말
전대환 (구미 한울교회 목사 | 전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중년쯤 된 여자가 이혼을 결심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이혼을 하시려는 이유가 뭐죠?” 변호사의 질문에 여자는 설명을 시작했다. “저는 15년 전 어느 맑은 봄날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죠. 그때 예식장 밖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어요. 하객들의 옷차림은 또 어찌나 화사하던지….” “아니, 이혼하시려는 이유가 뭐냐고요!” 여자는 말을 이었다. “결혼 2년째 되던 여름 어느 뜨거운 날에 첫아이를 낳았어요. 저를 쏙 닮은 딸이었지요.” “예,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유를 말씀하시라니까요.” 그제야 여자는 결론을 말했다. “아 그거요? 간단해요. 남편과는 도무지 대화가 안 통해요.”
그 변호사는 십중팔구 남자였을 것이다. 딱딱한 자리에서는 “결론이 뭐냐고요?” 하는 말을 많이 듣는 쪽은 아무래도 여자인 경우가 많다. 남자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여자들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여자가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남자의 논리와 여자의 논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말을 할 때 남자는 대개 요점을 먼저 말하고 필요한 경우 부연설명을 하는 데 비해, 여자는 상황설명을 먼저 하고, 요점은 뒤에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남자들은 보통 말이 짧다. 그것도 모르고 여자에게 요점이 뭐냐고 다그치는 남자는 꽉 막힌 남자이고, 거꾸로 남자에게 긴 말을 요구하는 여자는 욕심이 많은 여자이다.
남자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때는 아내나 여자 친구가 화가 잔뜩 나 있는데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를 때다. ‘내가 이러저러해서 화가 났다!’ 하며 싸움을 걸어온다면 어떻게 대처를 해보겠는데, 이유를 물어도 말은 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히 토라져 있다면 속수무책이다. 이유가 뭐냐고 자꾸 다그치지만 여자는 웬만해서 입을 열지 않는다. 어쩌다 입을 여는 경우에도 “몰라!” 또는 “그것도 몰라?” 정도다. 여자는,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말하는 것을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알아, 이 바보야?’ 하는 뜻일 텐데, 남자들은 그런 걸 잘 모른다. 원래 좀 모자란 종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꾀 많은 남자라면 ‘그래, 당신이 왜 화가 났는지 알아. 그렇지만 나도 말은 안 해. 당신이 왜 화가 났는지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겨먹고 싶은지는 모르지만 그건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케이스다.
남자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을 때 여자는 답답하고, 여자가 요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때 남자는 화가 난다. 서로 상대의 논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여자의 말은 '느껴야' 하고 남자의 말은 '이해해야' 한다. 여자의 말을 이해하려 하는 남자와 남자의 말을 느끼려 하는 여자는 스트레스와 친구 하고 싶은 사람이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는 말이 그저 웃자고 하는 말만은 아니다. 이불속에서도 남자는 얼른 끝장을 내기를 원하지만 여자는 행복한 분위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니까. 여자는 남자의 언어를, 남자는 여자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영어는 열심히 가르치면서 이런 언어는 왜 안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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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Fri)
마을지기 [2011-03-1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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