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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知天命)
지천명(知天命)
2009-01-14 (Wed) 마을지기 [2009-01-15 00:48]
전대환 내일신문
지천명(知天命)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 안디옥교회 목사)
해가 바뀔 때마다 돌아보는 것이 공자님의 인생교본이다.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어(志于學), 서른에는 자기 견해를 세우고(立), 마흔에는 누구에게도 미혹되지 않을 만큼 자신을 다잡았지만(不惑), 쉰이 되니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고(知天命), 예순이 되니 어떤 소리를 들어도 귀에 거슬림이 없어졌고(耳順), 일흔이 되니 하고 싶은 것 다 해도 이제는 법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더라(從心所欲 不踰矩)는 것이 그 내용이다.
공자님도 복 받은 사람의 수명을 여든 정도로 본 셈인데, 반을 뚝 잘라서 마흔까지는 자기 자신을 다지는 기간으로 보았고, 나머지 반은 자신을 세상에 어울리게 하는 기간으로 보았다. 수천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아도 어디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는 인생설계이다. 그래서 고전(古典)인가 보다.
나이 마흔 줄까지는 그래도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강하게 밀어붙여도 그리 흠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쉰이 넘어서까지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고 남을 묵살하는 언행을 계속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말이 안 통하는 사람’ 또는 ‘고집불통’ 소리를 듣는다. ‘지천명’(知天命) 곧 하늘의 뜻을 깨달아야 할 시기에 아직 자기 자신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쉰이 돼서도 하늘의 뜻을 읽지 못하는 것은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에 한글을 읽지 못하는 것과 같다.
국민들, 책임자로 대통령 지목
하늘의 명령 또는 하늘의 뜻이라 하니까 종교적인 ‘하느님’이나 ‘하나님’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하늘은 종교적인 신(神)이 아니다.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밥은 하늘입니다!” 할 때 그 하늘이다. 그러니까 하늘의 뜻이란 성경에서 말하는 ‘이웃’의 뜻이요, 천심(天心)을 대변하는 민심(民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연세가 해가 바뀌어 예순여덟이다. 그런데 최근에 ‘미네르바’ 구속 사태를 두고 해외 주요 언론들이 “대한민국에 언론의 자유가 있느냐?”고 꼬집는 소리를 듣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예순여덟이면 지천명(知天命)의 단계를 지나 이순(耳順)의 나이다. 곧 어떤 소리를 들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쓴소리를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는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미네르바를 구속한 것은 법원이 결정한 일이고, 서울시 교육감 선거 수사를 편파적으로 했다면 그것은 검찰의 책임이고, 촛불시위 한 시민들을 잡아가둔 것은 경찰의 책임이고, 일제고사를 치지 않겠다는 학생들을 말리지 않은 교사를 중징계한 것은 교육부 소관이고, 각종 법안을 협의 없이 강행처리하려고 시도한 것은 당의 결정이고 …. 만에 하나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국민들과 세계는 이 모든 사태의 책임자로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 12일 내일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새해 들어 다시 10%대로 추락했다. 쟁점법안 강행 통과 시도 후 발생한 국회의 물리적 충돌 책임이 여당과 청와대에 있다는 응답이 야당에 있다는 응답의 3배나 되고, 쟁점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동의한다는 응답의 2배나 된다.
법도 어긋남 없는 경지 도달을
이명박 대통령이 하늘의 뜻을 따른다는 명분으로 먼 옛날의 모세의 법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법은 이미 2000년 전에 개정됐다. 예수님이 오시기 이전의 법은 대개 “○○○을 원수로 여겨, 그들을 쳐죽여라!” 하는 식이었지만, 예수님의 법은 달랐다. “온유한 사람은 복이 있다. 자비한 사람은 복이 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는 식이다. 모세의 법이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자는 것이었다면 예수님의 법은 자기를 세상에 맞추자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우리나라 대통령이 연세에 걸맞게, 불혹(不惑)의 단계를 지나, 하늘의 뜻을 알고, 어떤 소리를 들어도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엇을 하든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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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4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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