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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는 좀 웃어보자
12월에는 좀 웃어보자
2008-11-26 (Wed) 마을지기 [2008-11-29 00:04]
전대환 내일신문
12월에는 좀 웃어보자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안디옥교회 목사)
12월이 가까워오니까 이것저것 걱정이 많다. 아이들 대학 들여보낼 일도 걱정이고, 대학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등록금이 또 걱정이고, 겨울철 연료비도 걱정이고, 내년에는 어떻게 살지, 그것도 걱정이다. 나라 안팎의 정치 상황과 경제 상황도 ‘암울함’에서 더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이해인 님의 시 한 구절. “12월에 우리는 서로 잘못한 일들을 진심으로 용서 청하며 함께 웃어보자.” 용서를 청해서 얼굴에 웃음을 찾을 수 있다면 백 번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 서민의 심정일 터다. 경제적인 위기 때문에 웃음을 잃은 사람들의 소망은 대개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아들딸을 잘 키우는 것. 아들딸을 위대한 영웅이나 유명한 인사로 키우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들이 커가는 것을 보는 재미를, 청소년기에 들어서서는 자기들의 꿈을 실현해 가는 것을 보는 재미를, 그리고 다 커서는 평생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해서 시집 장가가서 아이들 낳고 집칸이나 장만하여 알콩달콩 사는 것을 보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것이 대다수 부모들의 마음이다.
둘째는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사는 것. 요즘 복권 판매량이 늘어나고 경마장이나 도박장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데, 그런 곳을 찾는 사람들이 정말 벼락부자가 돼서 호의호식 하고 싶은 사람들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생계형 빚 때문에, 또는 가정경제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는 도저히 헤어날 구멍이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서민들의 소망은, 제발 빚지지 않고, 마이너스 통장이 아닌 일반 예금통장에 언제나 잔고가 남아 있어서 필요할 때 조금씩 쓸 수 있는 정도의 경제력을 가질 만한 일자리를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셋째는 재난이나 사고를 걱정하지 않고 사는 것.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재난도 있고, 불가항력의 사고도 있다. 그러나 재난이나 사고를 한 번 당하고 나서 인생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된다면 그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재난이나 사고를 당하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 원래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는 것이 서민들의 소망이다. 큰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돈을 모아놓는 것은 고사하고, 그 흔한 보험 하나 변변히 들어놓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먼 옛날, 한 히브리 시인이 이런 기도를 했다. “주님께 두 가지 간청을 드리니, 제가 죽기 전에 그것을 이루어 주십시오. 허위와 거짓말을 저에게서 멀리하여 주시고,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오직 저에게 필요한 양식만을 주십시오. 제가 배가 불러서, 주님을 부인하면서 ‘주가 누구냐’고 말하지 않게 하시고, 제가 가난해서, 도둑질을 하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거나, 하지 않도록 하여 주십시오”(잠언 30:7-9).
요즘 말로 바꾸면 이런 기도다. “제게 두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제가 죽기 전에 그것을 이루어 주십시오. 한 가지 소원은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며 살게 해달라는 것이고, 두 번째 소원은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먹고 살만한 경제력 정도만 달라는 것입니다. 제가 배가 부르면 안하무인의 태도를 가지게 될까 걱정이고, 제가 너무 가난하면, 남에게 폐를 끼치게 될까 걱정입니다.” 서민의 기도인 셈이다.
서민들에게는 종부세 기준을 6억으로 하느냐 9억으로 하느냐, 가족 합산제로 하느냐 개인별로 계산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니, 오히려 가뜩이나 힘겨운 시절에 혈압만 올라가게 하는 요인이다. 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지상천국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놀고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빚지지 않고 먹고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제발 시늉이라도 좀 내달라는 것이다. 12월에는 서민들이 좀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당장에 형편이 쭉 펴져서가 아니라, 이제야 뭔가 빛이 보인다는 희망이라고 가질 수 있다면 혹독한 겨울도 견딜 수 있다. 아니, 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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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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