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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2008-06-23 (Mon) 마을지기 [2008-07-14 21:16]
전대환 미발표
대통령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전대환 (구미안디옥교회 목사)
이명박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인터넷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인데, 사이버시대에 신뢰가 없으면 위험하다”라고 하셨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인터넷을 두고 이런 말씀을 하셨지만, 그게 어찌 인터넷에만 해당하는 말이겠습니까? 외람된 말씀이지만, 대통령님께서 지금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것은 대통령님께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그 원인입니다.
대통령님은 지난 대선에서, ‘신뢰’와 관련한 여러 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큰 표 차로 당선되셨습니다. 많은 유권자들은 ‘신뢰에 문제가 좀 있기는 하지만, 경제만 활성화시켜준다면’ 하는 생각으로 대통령님을 찍었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님은 당선 후 최우선 과제를 ‘신뢰회복’에 두셨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은 ‘당선=신뢰회복’으로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대통령님을 찍은 국민들에게, 대통령님의 신뢰 문제는 ‘보류시켜 놓은 원죄’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엄청나게 진화하고 말았습니다. 2004년, 온 나라가 ‘탄핵 반대’ 구호로 들썩였지요. 그때 그렇게 놀라운 지지로 노무현 대통령을 지켰던 국민이었지만,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가차 없이 그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원칙은 존중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까지 좋다고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었습니다.
유권자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당선은 시켜드렸으되, 완전한 신뢰는 드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취임을 앞두고 청와대 진용을 짜시면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하셨지요. 그러다가 얼마 후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라며 한 발 물러서셨습니다. 급기야 국민을 향하여 깊이 머리를 숙이며 사과까지 하시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라도 국민의 내심을 헤아리셨다면 잘 하신 일입니다. 그런데 그 정도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국민들의 뿔이 너무 커져 있습니다.
좀 속된 표현이지만 우리 속담에 “이왕에 줄 적에는 꽤댕이 활딱 벗고 줘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4월,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었을 때 미국 축산업자들은 내놓고 “판타스틱!”(Fantastic)을 외쳤다지요. 이 말은 “이럴 수가!” “이런 경사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런 일이…” 하는 정도의 뜻이라고 들었습니다. 화끈한 양보에 화끈한 화답이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 일을, 대통령님이 치신 엄청난 사고로 받아들였습니다. 대통령님, 이제는 국민들을 감동시키셔야 합니다. 이번에는 진짜 ‘사고’를 치십시오. 최근에 우리 협상단이 미국에 가서 상당히 애는 썼습니다만, 그 정도로는 모자랍니다. 미국 정부의 보증이라는 게 겨우 공산품에 ‘품’자 찍어주는 정도밖에 안 된다는 지적도 있더군요. 그리고 이번 추가협상에서, 정작 우리가 찜찜하게 느끼는 등뼈와 꼬리뼈와 내장은 들여올 수 있도록 놓아두고, 눈과 뇌, 머리뼈, 척수 등 네 가지만 금지하기로 했다는데, 이런 것들은 미국에서도 ‘돈 안 되는 것’이라, 안 팔아도 상관없는 것들이라면서요?
대통령님께서는, ‘이정도 했으니 시간도 내 편, 시위대의 피로감도 내 편, 여론도 내 편’이라고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쯤 해서 반격을 해보자’는 유혹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국민의 저항이 일시적으로 진정될지는 모르지만, 이다음에는 정말 견디기 어려운 큰 폭풍이 되어서 다시 몰아칠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을 위해서도 지금 재협상을 선언하십시오. 만일 재협상의 후폭풍이 있다면, 그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던 촛불이, 대통령님을 지켜드리기 위한 촛불로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이참에 대운하 계획도 확실히 포기한다고 선언하십시오. “국민이 반대한다면” 하고 토를 다시는 한, 신뢰를 주지 못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의료보험과 각종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을 ‘선진화’라고 하시지만, 지금은 선진화보다 대통령님의 신뢰 회복이 더 급합니다. 신뢰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는 대통령님께서 아무리 ‘개혁’이라고 외치시는 일이라도, 국민들은 이것을 두고, 대통령님께서 일부 측근들이나 재벌들에게 국가 자산을 퍼주려고 ‘꼼수’를 쓰시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어이없는 억측이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지금 민심은 그 정도로 흉흉해져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지금 재협상 카드를 꺼내어 펼치십시오. 그러면 우리 국민들은 지난 4월 미국 축산업자들이 감동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환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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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3 (Mon)
마을지기 [2008-07-1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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