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돌을 던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돌을 던져야 한다
2005-12-30 (Fri) 전대환 [2005-12-30 15:09]
전대환 내일신문
전 대 환
(구미안디옥교회 목사 | 컴두리센터 소장)
스포츠가 된 과학
지난 14일 밤, 소장과학도들이 자주 찾는다는 몇몇 사이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날밤을 하얗게 새웠다. 그 때부터 15일까지 황우석 교수 팀의 2005년 논문에 나오는 핵치환 줄기세포 사진 의혹 제기, 미즈메디 병원 천 아무개 연구원의 해명, 일부 인터넷 언론에서 이 내용을 기사화, 노성일 이사장의 “줄기세포는 없다” 폭탄선언 등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그 다음 날 황 교수와 노 이사장이 생방송으로 기자회견을 주고받음으로써, 이 사건은 전 국민의 스포츠가 되었고,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인터넷 사이트들마다 치열하게 밀고 당기는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깨어진 대박의 꿈
지체장애인이 벌떡 벌떡 일어나고, 불치병 환자들이 새 삶을 얻게 되고, 우리나라는 세계 생명과학계의 선두주자가 되어 연간 30조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대박 상황이 코앞에 와 있는 듯 했지만, 아쉽게도 장밋빛 꿈은 이제 접을 수밖에 없다. 대박 터질 사업이 있다며 돈을 빌려간 사람이 사업 진척은 하나도 안 시킨 채 다시 찾아와서 5천만 원만 더 빌려주면 정말 10배로 갚겠노라고 할 때, 바보가 아닌 이상 그에게 돈을 더 빌려줄 사람은 없다. 빌려 쓴 사람도 갚고 싶은 마음이야 있을 수 있겠지. 그러나 지혜로운 채권자라면 더 늦기 전에 가능한 금액이라도 회수하고 거기에 더 빠져들지 않는 게 상식이다. 노름판에서 본전 찾겠다고 계속 생돈 꿔다대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하듯이.
지혜로운 한국인들
패기 있는 과학도들은 “한국 사람들은 남 잘 되는 꼴을 못 본다”라며 몰아붙이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였고, 그 의혹들은 속속 현실로 드러났다. 이 일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언론들도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차피 이 사건이 스포츠화가 됐으니 하는 말이지만 응원단들의 매너 있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문화방송은 취재윤리를 위반했었다고 스스로 사과했다. 한국방송의 과학전문 아무개 기자는 네티즌과 토론 끝에 자신의 생각에 문제가 있었다며 직접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문화방송의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 맹공격을 퍼부었던 YTN도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과열되면 무리한 행동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당사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배반포니, 스너피니, 영롱이니… 하며 막판 대역전을 기대할 이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이 게임은 ‘계가’까지 갈 단계는 지났다. 아니, 이미 늦었다. 아쉽기야 하겠지만 황 박사는 지금이라도 깨끗이 돌을 던지는 게 옳다. 과학자로서는 막을 내렸지만, 세계를 상대로 보기 드문 대어를 낚았으니 후세를 위해 반면교사 노릇을 하는 것도 역사에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 정도면 한국인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으니까.
덕분에 전 국민이 줄기세포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박식해졌다.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그만큼 커졌다는 말이다. 국민적 에너지도 충분히 확인됐다. 이제는 이 에너지를 쏟아 부을 다른 주제를 찾을 때다. 그 동안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작은 희망이나마 걸었던 장애인과 환자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로또가 아닌 노력 뒤에 오는 희망을….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2005-12-30 (Fri)
전대환 [2005-12-30 15:09]
;)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