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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누가 테러리스트인가?
[전대환 칼럼] 누가 테러리스트인가?
2013-04-19 (Fri) 마을지기 [2013-04-19 13:47]
전대환 석간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누가 테러리스트인가?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는 행위.' 국어사전에 나오는 '테러'의 정의다. 그러면 '폭력'은 무엇인가? 사전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체로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쓰는 물리적인 힘, 또는 그렇게 하는 행동'이라고 되어 있다. '테러'를 '폭력' 또는 '폭행'으로 순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폭력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는 순간,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대를 사납게 제압하는 것이 폭력이라고 하는 설명도 동의하기 어렵다. 스포츠 경기를 보더라도, 상대를 사납게 제압하지 않고 얌전하게 제압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게 해서는 이길 수도 없다. '상대를 사납게 제압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정당한 일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므로 '폭력'에 대한 정의 앞에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라는 단서가 달려야 한다. '테러'는 어떤가? 이건 단순한 폭력이 아니다. 반드시 상처나 죽음을 야기한다. 그것도 과실(過失)이 아니라 준비된 의도로 해를 입힌다. 그렇다면 '테러'란 '억울한 희생을 낳는 폭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테러나 폭력이라는 말이 와전되어 쓰이는 경우도 많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의 것을 빼앗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비즈니스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거기에 맞서 싸울 때 사람들은 그것을 폭력이라고 한다." 외국의 어느 시위에 등장한 문구다.
억울한 희생 낳는 폭력
재벌기업이 돈을 쌓아두고도 비정규직을 쓰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직원들을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해고할 때, 노동자들이 조금 거칠게 항거하거나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색다른 방법으로 의사를 표시하면 정부나 일부 언론은 으레 '불법' 또는 '폭력'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대응한다.
이른바 '대안교과서'라며 지난 2008년에 어느 단체가 《한국 근현대사》라는 책을 내놓았다. '일제강점기가 우리나라 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취지의 내용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가운데서도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기술(記述)에서는 입이 떡 벌어진다. "[그는] 한인애국단을 조직해 항일테러활동을 시작하였다." 항일독립운동을 '테러'라고 규정한 것이다. 개인의 사상이나 역사인식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지만, 이런 주장을 펴는 집단이 현 여권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저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엉뚱한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모는 왜곡이 소수 개인들만의 것이라면 그나마 걱정이 덜하겠는데, 어마어마한 예산을 쓰는 국가기관이 이런 짓을 한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 대통령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12월 11일 속칭 '국정원녀 사건'이 터졌다. 그날 경찰과 선관위 직원들은 민주당의 제보를 받고 서울 역삼동의 김 아무개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에 가서 다음날 새벽까지 대치했다. 이 일에 대해서 국정원 대변인은 12일 "[여직원을 감금한 것은]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다.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또한 "이는 국기문란사건이며 국정원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경찰은 대선 사흘 전인 16일 밤 11시경에 느닷없이 "[국정원 직원의 하드디스크를 조사해봤으나]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대해 누리꾼들이 "신용카드의 앞뒷면을 살펴봤으나 사용내역이 나오지 않았다"라고 패러디하며 경찰의 엉터리 발표를 질타했던 일이 아직 생생하다.
전 국정원장 수사 철저히 해야
그랬던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하고 국정원 직원인 피의자 3명에게 '국정원법상 정치중립의무 위반' 혐의를 적용해 어제 이 사건을 검찰로 보냈다. 선거법 위반혐의는 제외됐다.
허점과 의문투성이인 경찰 발표는 따로 따지더라도, 이 사건을 '국정원에 대한 테러'라고 했던 당시 국정원 대변인의 말은 더도 덜도 아닌 적반하장이었음이 드러났고, 앞서 말한 것처럼 '테러'를 '억울한 희생을 낳는 폭력'이라고 할 때, 누가 테러리스트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명확해졌다. 테러리스트는 문제를 제기했던 야당이 아니라 바로 국가정보원이었다.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함으로써 야당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에게 엄청나게 억울한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 수장이었던 원세훈씨를 즉각 구속 수사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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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9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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