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전대환 칼럼] 박근혜의 도전
[전대환 칼럼] 박근혜의 도전
2012-09-11 (Tue) 마을지기 [2012-09-11 16:20]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박근혜의 도전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기사입력 2012-09-11 15:36
백로(白露)를 지나 추분을 앞두고 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분주하다. 대권을 꿈꾸는 이들의 몸과 마음도 바쁘다. 도전의 계절이다. '도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먼저 '플러스 도전'은 없던 것을 새로 만들기 위한 도전이다. 운전면허를 따야겠다고 마음먹고 준비해서 면허증을 받는 것, 열심히 공부해서 희망하는 학교에 들어가는 것, 최선을 다해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는 것, 다 멋진 도전이다. 엊그제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는데, 중학교 졸업이 전부인 학력으로 영화계의 이단아라고 불릴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한 그가 영화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를 얻은 것도 여기에 속한다.
또 하나, '마이너스 도전'은 '덜어내는 도전'이다. 맛있는 반찬이 있어서 밥을 잘 먹었는데, 조금 더 먹고 싶을 때 바로 숟가락을 놓기로 작정하는 것,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해서 10분만 더 자야지, 하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벌떡 일어나기로 마음을 먹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사람과 분쟁이 생겼을 때, 성질 같아서는 욕이라도 한 바탕 퍼부어주고 싶지만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로 스스로 다짐한다면 이것 또한 훌륭한 마이너스 도전이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도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벨탑 쌓기 도전이다. 옛날 사람들이 동굴이나 움막에서 살다가 돌로 집을 지어봤지만 그것도 불편했다. 흙을 이겨서 돌 사이에 넣어보니 조금 안정되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성에 차지 않았다.
'소통행보'의 진정성 의심
그 뒤에 생각해 낸 것이 흙을 구워서 벽돌을 만드는 것이었고, 벽돌 사이를 메꾸는 접착제로 역청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튼튼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게 되니까 사람들은 하늘에 산다는 신의 세계가 궁금해서 하늘까지 탑을 쌓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도전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패였다.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허상에 대한 도전이다.
야권 대권주자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진작부터 대권행보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의원의 도전은 어디에 속할까. 박 의원의 요즘 키워드는 소통과 통합인 것 같다. 각계각층의 사람들 특히 서민들과 소통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아버지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접근해보겠다는 의지도 강해 보인다. 또한 '100퍼센트 통합'을 내세우며 모두가 동의하는 대한민국 건설을 역설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소통 행보'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고, '100퍼센트 통합'이라는 대목에서는 유신시대의 획일주의를 떠올리며 섬뜩함마저 느낀다. 예전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에게 사과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5·16이나 유신에 대해서는 그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사과는 한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태다. 그의 측근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 이한구 원내대표는 그것을 반대하고 있는데도 그가 '둘 다 옳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의 각종 조사에서 보듯이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계층은 저학력, 저소득, 노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언론을 통한 '이미지 만들기'가 성공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건 바벨탑 쌓기이다. 하늘을 향해 뭔가 올라가는 것 같지만, 결코 도달할 수는 없는 '허상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다양한 자료를 취합해 사실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고학력 중산층 등도 설득할 수 있어야
언론을 통하여 바벨탑으로 하늘에 올라가는 것이 성공했다는 뉴스를 내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바벨탑을 쌓는 사람과 그것이 성공했다고 보도하는 사람과 그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에게 머지않아 다가올 것은 '멘붕' 곧 정신적인 파멸밖에 없다.
박근혜 의원이,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학력, 중산층, 젊은이, 수도권 유권자들을 상식과 논리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의 대권도전은 '허상 도전'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2012-09-11 (Tue)
마을지기 [2012-09-11 16:20]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