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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전대환 칼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2012-09-21 (Fri) 마을지기 [2012-09-21 18:00]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기사입력 2012-09-21 15:27
굵직굵직한 뉴스들에 가려서 지금은 거의 사라진 주제지만, 며칠 전에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산바의 상처는 아직 아프다. 볼라벤과 덴빈과 산바로 인해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이 수십 명이다. 그냥 숫자로 '수십 명' 하면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일 수 있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생각하면 이건 그냥 숫자로 표현할 일은 아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이런 말을 흔히 한다. "내가 살아온 것을 말로 하자면 몇 날 며칠 밤을 새워도 다 못하고, 책으로 써도 수십 권은 될 것이다." 사람의 삶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황대권 선생은 자신의 책 '야생초 편지'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구상에 지금까지 알려진 식물은 약 35만종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서 사람들이 재배해서 먹고 있는 것은 약 3000종인데, 나머지 34만7000종이나 되는 식물들을 가리켜 사람들은 전부 '잡초'라고 부르면서 제거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래서 그는 잡초라는 말 대신에 야초(野草)라는 말을 쓴다. 이름 없는 야초들도 하나하나가 모두 나름대로 고유한 가치를 가진 소중한 존재일진대 사람 하나하나의 삶은 얼마나 존귀하겠는가.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그 한 사람은 숫자로 보면 '한 사람'이지만 존재의 의미로 보면 그 크기는 우주와 같다.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 작은 사람 가운데서 하나라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차라리 그 목에 큰 맷돌을 달고 깊은 바다에 빠지는 편이 낫다."
길 잃은 양 한마리 찾아나서는 사람
여기서 '작은 사람'이란 어린이나 장애인이나 여성 등, 당시에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던 계층의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을 무시하려거든 차라리 바다에 가서 빠져 죽어라, 그것도 그냥 빠지지 말고 무거운 돌 맷돌을 달고 죽어버리라고 할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그는 과격했다. 실제로 그는 아흔아홉 마리 양은 우리에 두고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사람이 제대로 된 지도자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에 대해서 많은 탐구를 했는데, 탈레스 같은 이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했고,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라고 했고, 피타고라스는 '수'라고 했다. '만물'은 '매니'(Many), 곧 다수이고 '근원'은 '원'(One), 곧 하나다. 그러니까 철학은 '많은 것'을 '하나'로 설명하는 도구다. 원리 또는 근원을 추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이를 일컬어 '일이관지'(一以貫之)라 했고, 우리 조상들은 '하나를 보고 열을 안다'고 했다. 작은 존재 또는 적은 수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대선 판이 삼각구도로 잡혔다. 벌써부터 세간에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이 세 사람의 정치적인 특징과 행보를 두고 '일이관지'식 묘사를 하기 시작했다. 각 후보를 한 마디로 묘사한 표현도 기발하다. "문재인은 사람이 먼저고, 안철수는 상식이 먼저고, 박근혜는 아빠가 먼저다" 하는 식이다. 세 사람이 공식적으로 후보로 나선 직후 모두 국립현충원을 방문했는데, 그들의 참배 모습 하나에도 각자의 특성이 나타난다.
박 후보는 고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음으로써 아버지의 후광을 챙김과 동시에 정적과의 화해노력을 과시했다. 문재인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가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분명히 알렸고 그 대신에 사병묘역을 찾아가 보통사람 존중정신을 보여주었다.
'작은 존재' 가벼이 여기지 않아야
안철수 후보는 김대중 전대통령 묘역과 함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함으로써 자신이 편협하지 않다는 것을 알렸지만 방명록에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라는 문구를 기록, 자신이 생각 없이 아무 데나 참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지자들에게 절묘하게 인지시켰다.
이제 세 사람은 소수자들과 약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줄 차례다. 각국과의 FTA로 상처를 입게 될 사람들, 제주 강정마을 사람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고초를 겪고 있는 언론종사자들, 소리 소문 없이 곳곳에서 힘겨워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들을 위하여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곤궁한 처지에 빠진 소수의 사람을 어떻게 챙기는지 보면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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