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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목숨 값
[전대환 칼럼] 목숨 값
2015-04-08 (Wed) 마을지기 [2015-04-08 16:12]
전대환 석간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목숨 값
전대환(구미YMCA 이사장 | 한울교회 목사)
2015-04-08 11:45:56 게재
오래 전 우스갯소리다. 세 남자가 죽어서 저승에 갔다. 염라대왕이 물었다. "장례식에 온 조문객들이 자네들에 대해 뭐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는가?" 첫번째 남자는 "일에 충실한 사람이었다는 말이 듣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두번째 남자의 대답은 "자상한 남편, 훌륭한 아버지였다는 말이 좋겠습니다." 세번째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들이 '보세요! 아버지가 살아 움직이고 있어요!'라고 소리쳤으면 좋겠네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다. 살아 있는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몇년 전에 아는 목사의 모친이 아흔여섯에 세상을 떠났다. 딱 일주일을 누워 있다가 숨을 거두신 덕에 자녀들과 마지막 만남도 충분히 가졌고 운명 직전까지 몸과 정신이 건강했으므로 복 받은 죽음이라고 할만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임종 전 목사인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들었다. "너 목사지? 나 더 살고 싶어, 나 좀 살려줘!"
이게 인지상정이다. 설령 "모두 잘 있어라, 나는 간다!"라고 무심히 말하며 고요히 눈을 감는 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의 속마음에는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을 것이다. 노인들이 "이제 난 죽어야 해!"라고 하는 말이 얼마나 헛말인지는 젊은 사람들도 안다. '무심코 보내는 너의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 간절히 살아 있고 싶어 했던 내일'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렇듯 목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존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최근 뉴스 하나다. 지난 2010년 김 아무개 씨가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한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갔으나 의사가 엉뚱한 검사와 처치를 하다가 시기를 놓쳐 김 씨의 양팔과 양다리, 얼굴 등 신체일부를 절단하거나 제거해야 했다. 이에 김씨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긴 소송 끝에 대법원은 김씨에게 7억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며칠 전 어느 TV방송에서 이 사건을 보도했는데, 앵커의 첫 마디는 이랬다. "한 대학병원이 오진으로 팔 다리, 얼굴 조직 일부를 제거하게 만들었다가 거액의 배상을 하게 됐습니다."
지나친 혹평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뉴스 편집자의 시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방송사는 병원에 초점을 맞추고 돈에 방점을 찍었다. 병원이 진료와 처치를 잘못해서 '7억 원씩이나' 물어주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팩트는 '한 사람이 병원의 오진으로 인생을 망쳤다'이다. 사지절단에 얼굴까지 문제가 생겼다. '7억 줄 테니 이렇게 돼볼래?' 한다면 누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좀 생각해볼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생 다 산 사람이거나 인생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며칠 있으면 세월호 참사 1주기다. 온 국민을 아프게 만든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진상규명은 오리무중이다. 이런 형편인데도 정부는 느닷없이 보ㆍ배상 이야기를 꺼내면서, 희생자들에게 거액의 돈이 배당되는 것처럼 발표했다. 마치 국가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거기에는 국민성금과 보험금과 교통사고위자료 등이 포함되어 있고, 배상금도 선주에게 받아낼 예정이므로 구조실패에 대한 정부의 배상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유가족들은 삭발까지 하면서 호소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다. 그런데 이 판국에 돈 이야기를 꺼내며 현혹하느냐?'는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유가족들이 한푼이라도 돈을 더 받아내려고 쇼를 한다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비아냥거림이다.
생명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
생명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보상 또는 배상이라는 것은 죽음이나 상해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질 방법이 없으니까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예를 표시하는 고육지책이다. 실수로 개를 죽였을 때는 개값을 물어주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피해자가 사람인 경우는 그러면 안 된다. 이 와중에 정부는 유가족들에게 '배상금 등을 받으면 국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서약해야 한다'며 각서까지 요구했단다. 아무리 법적 절차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이런 태도는 무성의한 말로 들린다.
선체 인양 등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있어서 '돈' 문제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 목숨 값을 돈으로 계산하여 급하게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자세는 사람을 존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인류의 보편가치를 대놓고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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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8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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