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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노자가 말하는 국제역학
[전대환 칼럼] 노자가 말하는 국제역학
2014-11-19 (Wed) 마을지기 [2014-11-19 16:29]
전대환 석간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노자가 말하는 국제역학
전대환(구미YMCA 이사장 | 한울교회 목사)
노자의 정치사상은 수천년 전의 것이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점에서 유효하다. 그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역학관계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히 기록해놓은 것이 도덕경 61장이다. 세상의 많은 나라들 가운데서 큰 나라를 가리켜 그는 강의 하류, 곧 '천하가 만나는 골짜기'라고 했다. 그는 봉우리에 비하여 골짜기에 더 높은 가치를 두었는데, 그것은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모이듯, 큰 나라도 골짜기처럼 낮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큰 나라와 작은 나라의 이해(利害)가 맞아떨어져서 병합을 추진할 때, 노자는 큰 나라가 먼저 작은 나라 아래로 제 몸을 낮추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큰 나라는 실리를 얻어서 좋고, 작은 나라는 명분을 얻어서 좋으니, 양쪽 모두 만족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커서 역사적으로 수없는 병합과 분리가 있었다. 실제 노자 당시는 춘추전국시대라 하여 나라와 나라 사이에 합종연횡(合從連衡)이 활발하던 때였다.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사상을 현대의 국제관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큰 나라와 작은 나라가 서로 상대를 대하는 자세를 논하는 대목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둘 혹은 셋으로 쪼개져서 딴 살림을 차린 적은 있었지만, 역사상 대부분의 세월을 한 나라로 유지해왔다. 그랬지만 나라 자체가 작기도 하고 지리적인 요충지이기도 해서 그런지 중국과 일본에 적잖게 시달렸고, 한때 중국의 연호(年號)를 사용하며 중국을 황제나라로 대하던 시절도 있었다. 아예 나라를 빼앗긴 적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는 수천년 동안 독립국의 지위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어느 시대에도 우리나라를 큰 나라에 편입시키자는 의견이 국민의 동의를 얻었던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 아래로 몸 낮춰야
나라 이름만 따로 가지고 있다고 독립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치권은 물론 외교권과 군사주권을 스스로 행사할 때 비로소 독립국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한 갑자 세월이 지나도록 미국에게 있었다. 지난달 23일 박근혜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무기 연기한다는 협정서에 서명했다. 2015년 말까지 전작권을 찾아오겠다던 대통령선거 공약을 대놓고 파기한 것이다. 노무현정권 때 양국이 합의하여 짜놓은 환수일정이다. MB정권 이후 몇 차례 연기하면서 전에는 국민 눈치라도 보는 것 같더니 이제는 그런 것조차도 없다.
지구상에서 전시작전권을 남의 나라에 맡기고 있는 나라는 부탄과 우리나라뿐이라고 들었다. 우리 앞에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이 놓여 있기는 하지만 경제력으로 치면 세계에서 대국에 속한다. 국민 개개인의 능력도 다른 나라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군사주권을 무기한 포기하겠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 하긴, 근래 우리 군이 보여준 부패한 모습이나 위기상황에서의 미숙한 대처나 인권유린 사건들을 보면 그들이 국방을 책임질 능력을 가졌는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런 이유에서 전작권 환수를 일시적으로 미루겠다면 대대적인 군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옳다.
이번에 신설되는 국민안전처 장관에 4성 해군제독 출신인 박인용 전 합참차장이 내정됐고, 차관에는 3성 장군 출신의 이성호 현 안전행정부 2차관이 내정됐다. 군 고위간부들이었으니 자력으로 국방을 감당하지 못해서 군사주권을 미국에 맡기고 있던 조직의 공동책임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국민안전을 맡긴 것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군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 요직 등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렇게 유능한 사람들이 어째서 군사주권을 찾아오는 데는 이리 겁을 내는지 궁금하다.
국민안전 책임자들 군 출신 일색
노자의 오래된 정치철학에 비추어보더라도 미국으로부터 전작권 환수를 연기한 것은 넌센스다. 나라와 나라가 합병을 할 때도 큰 나라가 낮아져서 작은 나라의 위신을 세워주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 노자 정치철학의 요지인데, 동등한 현대국가끼리 군사조약을 맺으면서도 미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에 대해 절대적인 우위에 있고 주한미군 역시 우리 군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
우리는 돈은 돈대로 들고 모양새까지 망가진 반면 미국에게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주었다. 외교와 국방의 총체적 무능이다. 그런 인사들이 나라의 살림살이와 국민의 생활안전까지 책임지고 있으니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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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9 (Wed)
마을지기 [2014-11-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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