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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불우이웃 돕기
[전대환 칼럼] 불우이웃 돕기
2014-12-09 (Tue) 마을지기 [2014-12-11 15:44]
전대환 석간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불우이웃 돕기
전대환(구미YMCA 이사장 | 한울교회 목사)
유명 인사들이 연탄을 나르는 모습이나 배추에 양념을 바르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곳곳에 보인다. 12월은 교회나 성당들의 '대목'이기도 하지만 '불우이웃 돕기'를 하는 사람들의 계절이기도 하다. 내게는 '불우이웃 돕기'라는 말이 썩 좋게 들리지 않는다. 불우이웃으로 일컬어지는 그들은 우리가 도와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성서는 불우이웃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신명기에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신들은 […] 당신들의 아들과 딸과 남종과 여종과, 성 안에서 같이 사는 레위 사람과 떠돌이와 고아와 과부까지도 함께 주 당신들의 하나님 앞에서 즐거워해야 합니다." 떠돌이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이고, 레위인은 종교에 종사하는 하급노동자다. 고아와 과부를 포함하여 모두 돈 없고 힘없는 '불우이웃'들이다.
고대 이스라엘의 법률체계를 세운 모세는 이들에게 가끔 한 번씩 옷이나 먹을 것을 갖다 주라고 하지 않았다. '함께' 즐거워하라고 했다. 또한 "당신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이 없게 하십시오!"라고 했다. 그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십일조 제도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쓰는 복지세금이었던 셈이다.
예수는 모세보다 1000년쯤 뒤의 인물인데, 예수의 제자 베드로가 불우이웃을 대하는 이야기가 사도행전에 나온다. 베드로가 한 걸인을 만났다. 걷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사람들이 떠메어다가 성전 문 앞에 놓아둔 사람이었다. 걸인이 베드로를 향해 손을 내밀었을 때 베드로는 이렇게 말했다. "은과 금은 내게 없으나, 내게 있는 것을 그대에게 주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시오!" 걸인은 즉시 일어나서 걸어서 베드로 일행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이야기의 요지다.
함께 종교행위를 했다는 게 기적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두고, 베드로가 기적을 일으켜 지체장애인을 걷게 했다는 취지의 설교를 했다. 그러나 이것은 강조점이 빗나간 해석이다. 밑줄을 긋고 봐야 할 구절은 '그가 일어나서 걸었다'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갔다!'이다. 그가 성전으로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종교행위를 했다는 것은 불구였던 다리가 나았다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기적이기 때문이다. 베드로의 분명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나는 돈이 없어서 당신에게 불우이웃 돕기는 하지 못하오. 그러나 나와 함께 성전으로 들어갑시다. 지금부터 당신은 우리의 일원이오!'
옛날 우리나라의 '고려장' 제도가 비판을 받는 것은, 끝까지 가족의 일원이어야 할 부모를 '대상'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산에다 모셔다 놓고 먹을 것을 갖다 드려야 하는 이유가 당시에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불우이웃'을 '대상'으로 만들어놓고, 때때로 그들을 돕는 것, 이것도 '고려장'과 다르지 않다.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같이 살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모른 척하기도 양심에 걸리고, 그래서 나온 탈출구가 기득권자들의 '불우이웃 돕기'가 아닌지 모르겠다.
어제 온종일 온ㆍ오프라인 뉴스를 달군 키워드가 대한항공 부사장 이름 석자였다. 승객을 가득 태운 항공기를 후진시켜 기어이 눈에 거슬리는 승무원을 내려놓고 이륙시킨 일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절대 권력을 가진 임원이라 해도, 기장도 아니면서 승객과 기체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시를 내렸으니 항공법 위반 논란이 일 만 하다. 그를 옹호할 생각도 없지만, 그렇다고 '한 건 터졌다' 하며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능사는 아닌 것 같다.
가끔 한번씩 얼굴만 내밀어서야
그의 이름은 며칠 전에도 기사에서 다루어졌다.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승무원들과 함께 '하늘사랑 김장 담그기' 행사를 가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도 '불우이웃 돕기'는 할 줄 아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아랫것들'을 혼찌검 내는 사람이 어디 그이 하나뿐이겠는가. 옷에 연탄재를 묻힌 채 사진찍은 명사들 가운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마인드다. '우리'와 '불우이웃'을 분리시켜놓고 가끔 한번씩 얼굴을 내미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를 만드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이 땅에 '불우이웃'이 없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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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Tue)
마을지기 [2014-12-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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