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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전대환 칼럼]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2014-10-28 (Tue) 마을지기 [2014-10-28 16:19]
전대환 석간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전대환(구미YMCA 이사장 | 한울교회 목사)
엊그제 지인이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을 위해 어느 종합병원을 찾았다. 어느 병실인지 몰랐지만 안내창구에 환자 이름을 대면 당연히 알려주겠거니 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몇 달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단다. 옳은 처사라 여겼기에 두말없이 수긍하고 휴대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병실을 확인한 뒤 올라가서 그를 만났다.
그런데 병원을 나서면서 문득, 이 건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동안 구내의 폐쇄회로 시스템에 내가 몇 차례나 포착이 됐을까, 그리고 병원 바깥의 경내에서는 몇 군데서나 찍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차를 몰고 도시의 거리를 다니는 동안,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동안에는 또 몇 번이나 본의 아니게 남의 카메라에 흔적을 남겼을까 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백주에 가까운 사람의 문병을 다녀온 것을 다른 사람이 안다고 해서 당장 문제될 것은 없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미행당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자동차 길 안내장치 곧 내비게이션을 보는 순간 더 적나라한 노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하는 기기를 사용하는지라 자동차를 운행하는 도중에 이놈이 서버 컴퓨터와 쉴 새 없이 통신을 할 것이 아닌가. 누군가가 마음만 먹는다면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나의 동선을 꿰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일이 한두번 정도라면 크게 마음 쓸 일이 아니겠지만 만일 어디엔가 나의 움직임 경로가 지속적으로 저장되고 있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다. 인터넷 웹서버를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거기에는 '로그파일'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떤 사용자가 언제 어떤 페이지에 접속했는지 모조리 기록한다.
마음만 먹으면 제3자 동선 완벽하게 파악
알려고만 한다면 그 사용자가 어느 페이지에 들어와서 몇 분 동안 머물렀는지, 어떤 버튼을 클릭했는지 등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모두 수집해서 저장해둘 수 있다. GPS 서버라고 그걸 못할 리 없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부터 아파트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시시티비에 찍히고, 버스를 탈 때와 지하철로 환승할 때 기록이 남고, 회사 입구에서 출근 시각과 이름이 체크되고, 업무를 위해 컴퓨터를 켜는 순간부터 사용기록이 모조리 보관되고, 점심시간에 밥값을 신용카드로 계산하면서 금융사 전산망에도 안부를 전한다.
그밖에도 무엇인가에 의해 포착되지 않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이 현대생활이다. 움직임의 궤적만 노출된다면 그래도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전자메일을 주고받는 것, 사이트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글을 남기거나 댓글을 단 것 등과 더불어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것까지도 고스란히 기록될 수 있다. 이런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을 때는 그나마 낫다. 그런데 이것들이 개인별로 취합될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무서운데, 문제는 이게 상상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지목하여 작심하고 덤벼들면 원하는 정보를 거의 모조리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각기 떨어져 있는 정보를 수집하여 한데 모으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과 대화 내용을, 그것도 최근의 것뿐만 아니라 과거의 것까지 완벽에 가깝게 복원해낼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이른바 통합전산망을 확대해가는 추세라,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개인정보를 굳이 취합할 필요도 없게 될지도 모른다.
과거 행적까지도 복원 가능해
나쁜 짓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살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는 한심한 항변도 있다. 나쁜 짓이냐 좋은 짓이냐를 떠나서 사생활은 그 자체로 보호되어야 한다. 일종의 성역이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것이 분명히 나쁜 짓은 아니다. 그러나 그걸 남에게 노출시키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부 사이의 내밀한 일들도 나쁜 짓이어서 감추는 게 아니다.
조지 오웰이 '1984년'을 쓴 것이 1948년이니 그 당시에 오늘날과 같은 정보시대를 상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작품 속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빅브라더'를 등장시키고 쌍방향 감시기기인 '텔레스크린'을 고안해낸 것만으로도 그의 혜안은 엄청나다. 1984년으로부터 딱 30년 뒤인 2014년,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오웰의 예언은 현실에 매우 근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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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8 (Tue)
마을지기 [2014-10-2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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