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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
“젖소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
2014-10-10 (Fri) 마을지기 [2014-10-12 18:49]
전대환 미발표
“젖소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 빅토르 위고가, 자기는 남이 쓴 소설책을 읽지 않는다면서 했던 얘기다. 소설가들의 생리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읽어서 이득 될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의사들도, 환자들에게는 주사도 놓고 약도 지어주지만 정작 자기들이 아플 때는 그런 방식을 안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제조업자들이 자기들이 만든 상품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 제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들이 신문에 난 것을 믿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사실 이 경우는 믿지 않는다기보다는, 남의 기사를 봤을 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그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무엇을 강조하는지 한눈에 보고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이 점은 언론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지니고 있어야 할 상식이긴 하다.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독자도 주권을 지켜야 한다.
기사뿐만 아니라 광고도 홍수다. 눈만 뜨면 광고이고 귀만 열면 광고다.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에 3천 개가 넘는 광고를 본단다. 돈을 쓰라는 부추김이 끝이 없다. 이거 먹어야 돼, 이거 입어야 돼, 이런 집에서 살아야 돼, 이 차 타야 돼, 이 보험 들어야 돼, 돈이 없다고? 걱정 마, 우리가 빌려줄게, 돈 없으면 빌려서라도 사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어… 등등, 쉴 새 없는 꼬드김에 내몰리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가 없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 정도가 심하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내가 판단해서 사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광고에 세뇌돼서 ‘나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본가들의 필요에 의해서’ 소비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값 인상 문제로 시끄러운 담배 쪽으로 관심을 돌려 보자. 1920년대 중엽 미국에서 담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남자들만의 이야기였고, 여성의 흡연이 용납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담배회사가 여성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다.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설득이 통할 것이라는 착안이었다. 1929년 뉴욕 부활절 퍼레이드 기간에 젊고 매력적인 여성들이 화사한 옷을 입고 행진을 했다. 대열 앞에서 신호를 보내자 여성들은 일제히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에 불을 붙였다. 회사는 이 행진을 남녀평등을 증진시키려는 ‘자유의 횃불’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때부터 여성흡연자의 수는 급등했고 회사의 수익은 엄청나게 커졌다. 대중매체가 퍼뜨리는 광고의 힘을 여지없이 보여준 사례다.
그랬던 담배열풍이 언제부터인가 수그러들면서 담배는 백해무익한 물건으로 낙인이 찍혔고, 최근에는 흡연자가 마치 범죄자처럼 여겨지는 형국이다. 문제는 담배 열풍을 일으킨 것도, 담배혐오감을 증폭시킨 것도 모두 대중매체라는 사실이다. 물론 대중매체 자체의 논리나 판단으로 그렇게 했겠지만, 여기에서 자본과 권력의 영향력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는 그 ‘백해무익한’ 담배를 팔면서 그 값을 두 배 가까이 올리겠단다. 이유는 ‘국민건강 증진’이다. 이게 말이 안 되는 명분이라는 것은 자신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실이 지난 7일 밝힌 바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에 인상하기로 한 2천원 중 세금과 부담금의 규모는 담배 한 값당 1,768원이고 나머지 232원은 담배 제조ㆍ판매사의 매출감소에 따른 손실 보전용이라고 한다. 정부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국내외 담배 제조사들은 담뱃값 인상에 따라 약 1조원 가량을 현금으로 받아간다는 말이다. 건강에 해를 끼치는 담배를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가격인상에 따른 손실금까지 보전 받게 되는 것이니 이런 장사도 없다. 반면에 담뱃값은 대폭 오르는데도 정작 잎담배 생산농가에 돌아가는 몫은 하나도 없다.
“젖소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라는 말이 주는 교훈은 그것이 글이 됐든 상품이 됐든 생산자나 지배자가 내세우는 명분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글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소비자나 독자의 주권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비판적인 독자가 많을 때 학문이 발전하듯이, 비판적인 소비자가 많아야 경제가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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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0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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