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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독서의 계절
[전대환 칼럼] 독서의 계절
2014-10-15 (Wed) 마을지기 [2014-10-17 14:38]
전대환 석간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독서의 계절
(구미YMCA 이사장 | 한울교회 목사)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금지법안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현실적으로 안 될 이유가 없다'며 낙관론을 펼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설마' 하며 실현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법안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편법으로 정치자금을 모으는 도구로 변질되어 있기 때문에 이참에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반대쪽에서는 정치인이라고 해서 출판문화에서 소외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 일이 어떻게 정리될지 그것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애써 집필한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지인이나 독자들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서의 본래 의미가 퇴색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이 집필한 책들이 얼마나 읽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념회를 위한 출판, 독서 없는 출판이라면 하지 않는 게 마땅하다. 예전보다 관심도는 덜했지만 얼마 전에 아시안게임도 끝났고, 팬들을 쥐락펴락했던 프로야구 정규리그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추석연휴 이후 꿀맛 같았던 10월의 휴일들도 다 지나갔다.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도 없고 밤도 적당히 길어져서 등불 아래에서 책 읽을 시간이 비교적 많이 확보되었다. 예전에는 이맘때 쯤 되면 '독서주간'이라 해서 학생들의 가슴에 리본도 달리고 독서와 관련한 꽤 많은 행사들이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요즘은 조용하다. 그런 것 없이도 책을 잘들 읽고 있어서 그럴까.
요즘처럼 지식을 얻기 쉬웠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웬만한 정보는 거의 다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거 조심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얻어들은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어디 가서 아는 체하다가는 망신당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 엉터리 정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독서와 관련된 행사 요즘엔 없어
한평생 한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씨름한 사람과, 어깨너머로 몇 마디 주워들은 사람과 어찌 비교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자기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뭘 아는 체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생의 경험도 그렇다. 책에서, 인터넷에서 아무리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그 나이를 살아본 사람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20대는 30대 앞에서, 50대는 60대 앞에서 침묵하는 게 상책이다. 그건 좋은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총명해서 그런지 나이 든 사람들과는 아예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말도 안 통하는데다가 입까지 닫아야 하니 재미가 없을 법도 하다. 그렇지만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려면 연장자와 대화를 트는 법도 익혀야 하지 않겠는가.
지혜가 필요할 때 현실에서 경험자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것이 '독서'다. 고대 중국인들은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한다'(讀萬券書 行萬里路)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부분 그렇게 하고 살았다는 이야기는 아니겠고, 잘 못하니까 이런 희망사항이 공감을 샀을 것이다. 지금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생 동안 책 일만권을 읽자면 100년을 읽는다고 가정해도 1년에 100권, 한달에 10권 이상 읽어야 하고, 그러려면 사흘에 한권은 읽어야 한다. 그렇지만 1만리(4000km) 여행은 자동차가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옛날 사람들이 한평생 다닌 거리보다 현대인이 1년간 다니는 거리가 오히려 더 많다.
'일만권의 책을 읽고 일만리를 여행한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 했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좋은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요즘 사람들이 여행은 잘 하고 있을 터이니, 독서에 조금 더 시간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만 먹으면 세종대왕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아인슈타인의 이론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하의 유명인들과도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건져내는 지식들은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출판물들도 홍수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활자로 인쇄되거나 전자책 형식으로 가다듬어져서 나온 것들은 임의로 고치거나 변조할 수 없으므로 그나마 신뢰성이 담보된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것이 독서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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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5 (Wed)
마을지기 [2014-10-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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