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작은 나라’라 불리는 sonara.com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말이다. 이 사이트를 만든 김남석씨(26, 인터넷 정보제공자)의 말을 뜯어보면 이 말이 실감나고도 남는다.
그는 6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목뼈를 다쳤다. 결과는 전신마비. 회사에 다니다가 입대 영장을 받고 대기하던 중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에 나갔다가 트럭에 치었는데, 트럭 운전자는 도주했고, 그에게 남은 것은 절망과 좌절과 분노, 그리고 운신할 수 없는 몸뚱이 뿐이었다. 그의 표현대로 이렇게 4년간을 “하루하루를 멍청하게” 보내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몸부림을 시작한 것이 1998년이다.
다행히도 컴퓨터 그래픽 일을 하고 있는 형의 도움을 받아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익혔다. 그 때부터 그나마 소일거리가 생긴 셈이어서 열심히 작업을 했고, 무료로 홈페이지 공간을 제공해 주는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몇 군데를 이용하여 홈페이지를 띄웠다. 그러다가 지난 3월 마이워크 센터(http://mywork.or.kr)를 알게 되어 sonara.com이라는 독립 도메인을 가지고 정보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
홈페이지 제작과 인터넷 정보제공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제 구체적으로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공부를 하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난관이 첩첩산중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생활하고, 잠깐씩 겨우 일어나 않는 몸 상태인 그로서는 아무리 좋은 강좌가 있다 해도 그림의 떡이었다. 어디를 막론하고 직접 현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정부에서 지원하는 취업이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또 한 번의 좌절을 겪어야 했지만,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사이트인 sonara.com에 들어가면 장애인 관련 자료가 국내 어느 웹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풍부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컴퓨터 작업도 대부분 누워서 할뿐만 아니라, 손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보조장구의 도움으로 겨우 작업을 하는 실정이지만 장애인과 관련한 정보라면 매일매일 빠짐없이 싣는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린 장애인 정보가 지난 두 달여 동안 2,000 건이 쌓여 있다.
거기에다가 장애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떤 사람을 장애인이라 하는지, 그리고 장애인 등록을 하면 어떤 혜택이 있으며 그 절차가 어떠한지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또한 자료실에 들어가면 장애인 관련 법령집을 비롯하여 올해의 장애인 복지 시책 및 장애인 복지사업 지침 등의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그가 정리해 놓은 이런 복지 관련 시책이나 그것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혜택 중 정작 그 자신이 활용할 만한 것은 거의, 아니 전혀 없다는 데 있다. 이런 사정이 어디 김남석씨 혼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겠는가. 그러니 그의 입장에서 “복지 후진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그의 사이트에 쇼핑몰을 만들어서 장애인 용품을 취급할 예정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인터넷 방송국을 꾸리는 데 있다. 이렇게 수고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이 사이트를 통해서 경제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도 좀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필자의 제안에 대해 그가 한 말은 이렇다. “최고의 사이트를 만드는 게 우선이지요.” 051-304-3373, http://sona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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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5-22 (Mon)
전대환 [2004-09-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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