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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여름은 넘기자!
일단 한여름은 넘기자!
2011-06-27 (Mon) 마을지기 [2011-06-30 15:55]
전대환 미즈내일
일단 한여름은 넘기자!
전대환 (구미 YMCA 이사장)
무더위에, 장마에, 짜증이 많이 나는 계절이다. 이맘때가 되면 골목길에서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도 많고 이런저런 자동차 사고도 많아지고 각종 인터넷 게시판이나 트위터 등 사회적 소통공간에서도 까칠한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온라인 싸움이 오프라인 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날씨 탓에 삶이 더 무겁다.
여기저기서 부부싸움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부부싸움의 원인 가운데 빈도가 높은 것에 속하는 것이 배우자의 부정행위 또는 그것에 관한 의심이다. 남자나 여자나 외도를 한 번씩 할 때마다 이마에 뿔이라도 한 개씩 나게 돼 있다면 문제가 복잡하지 않겠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하느님은 그런 장치를 해두시지 않았다. 구약성경의 잠언을 쓴 이도 그걸 의아스러워했다.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넷이 있으니, 곧 독수리가 하늘을 날아간 자취와, 뱀이 바위 위로 지나간 자취와, 바다 위로 배가 지나간 자취와, 남자가 여자와 함께 하였던 자취이다”(잠언 30:18-19).
남편을 의심하는 어떤 여자가 밤마다 남편의 옷과 소지품 검사를 했다. 발견되는 머리카락의 모양에 따라, “오늘은 긴 머리 여자야?” “오늘은 파마머리네.” “어쭈, 염색한 여자까지?” 하며 남편을 닦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은 머리카락이 하나도 나오지 않자 부인이 외쳤다. “하다하다 이젠 대머리 여자하고 자는 거야?”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마음먹고 의심하면서 외도의 정황을 그려보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이는 무덤 속에 누워 있는 사람 말고는 없을 것이다.
거꾸로, ‘할 짓’은 다 하면서도 완벽하게 알리바이를 유지하는 남자나 여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모텔산업 등 그걸 가능케 해주는 인프라도 우리나라에는 지나칠 정도로 잘 구축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 사용기록을 뒤져보고 이상 징후를 적발해내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젠 그것도 옛날얘기다.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은 휴대전화 말고도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까.
그러나 세상에 완전범죄란 없는 법이고, 꼬리가 길면 잡히게 돼 있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다. 실제로 꼬리를 잡았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랑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의 저자 나카타니 아키히로의 의견은, 비밀을 알고 있더라도 일단은 모르는 척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밝혀내면 기분은 약간 상쾌해질지 모르지만 관계는 깨지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남자든 여자든, 부부라는 관계를 끊고 싶으면 자기가 다른 이성을 만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지만,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숨기려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한쪽이 속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 알면서도 문제 삼지 않는 한 관계는 유지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터뜨려놓고 보는 것은 하수들의 대응법이고, 고수라면 일단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 나중에 용서를 하더라도 폼 나게 할 수 있고, 복수를 하더라도 처절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스스로 쥐고 있는 길이다. 결혼을 하면 석 달은 사랑하며 보내고 삼 년은 싸우며 보내고 삼십 년은 참으면서 보낸다는데, 참으면서 보내는 삼십 년이 무사하려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기간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물증을 잡았다고 생각되더라도 한여름에는 터뜨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폭일 가능성이 많으니까. 외도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일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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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7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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