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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동네에 두 친구가 살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집안에서 늘 웃음이 흘러 나오고, 살림도 불어나고, 온 식구가 건강하게 잘 사는데, 다른 한 집은 늘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고, 살림도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걸핏하면 이 식구 저 식구 아프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우환이 많은 집 사내가 옆 동네로 친구를 찾아갔다. 어째서 그 집과 자기 집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여보게, 그 동안 잘 있었나?”
“어서 오게. 그 사이에 얼굴이 말이 아니구먼.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친구의 바지가 발목 위로 반 뼘 정도는 올라오게 짧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사람아, 자네 부인은 바느질도 제대로 못하는가? 바지가 그게 뭔가? 이 겨울에 반바지를 입고 다닐 참인가?”
친구는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지난 장날 장에서 바지를 하나 사 오지 않았겠나? 그런데 사가지고 와 보니 바지가 너무 길어서, 저녁을 먹으며 식구들에게 바지를 한 치만 줄여 놓으라고 했지.”
“자네 부인은 치수도 제대로 잴 줄 몰랐단 말인가?”
“아니, 그 사람은 분명히 한 치를 정확히 재서 줄였지.”
“그런데 그 꼴은 뭔가?”
“하하... 그걸 모르고 큰 딸이 한 치를 또 줄여 놓았고, 얼마 후 둘째 딸이 또 한 치를 줄였고... 그래서 이렇게 된 거라네. 막내 년이 어리기에 망정이지, 그년까지 손을 댔더라면 정말 반바지를 입을 뻔 하지 않았겠나?”
“자네는 그 꼴을 하고서도 웃음이 나오는가? 호통을 쳐서 일을 제대로 하게 할 일이지... 원!”
“다 나를 위해서 한 일인데 어쩌겠나? 고맙게 생각하고 입어야지.”
친구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장에 들러 자기도 바지를 하나 샀다. 자기네 가족들은 어떻게 하는가 궁금해서였다. 저녁을 먹으며 가족들에게 말했다.
“내가 바지를 하나 사 왔는데, 너무 길구나. 누가 한 치만 좀 줄여 줬으면 좋겠다.”
다음 날, 기대를 가지고 바지를 꺼내 보았다. 바지는 그대로 있었다. 먼저 부인을 불러 호통을 쳤다.
“당신은 뭘 하느라고 아직 바지를 그대로 두었소?”
“아 참, 큰 애에게 시켜 놓았는데, 안 고쳤던가요? 얘, 큰 애야, 아버지 바지 어떻게 됐니?”
큰 딸이 어머니의 말을 듣고 둘째에게 눈을 흘기며 따졌다.
“내가 너한테 하라고 했잖아. 여태 뭐하고 있었던거야, 응?”
이런 꼬락서니를 보던 아버지는 깨달았다.
“아, 이래서 그 집하고 우리 집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구나.”
되는 집안은 전 가족이 무엇이든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을 다 하지만, 안 되는 집안은 자기 일도 남에게 떠 미루는 습관을 가진 집이다. 이것은 비단 가정 뿐만이 아니라, 어느 집단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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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1-16 (Sun)
전대환 [2004-09-2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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