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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전쟁
명절전쟁
2012-01-30 (Mon) 마을지기 [2012-02-18 01:02]
전대환 미즈내일
명절 전쟁
전대환 (구미 YMCA 이사장 | 한울교회 목사)
미국 사회의 특징을 말할 때 흔히 수프에 비유한다. 우리가 먹는 국에는 콩나물도, 무도, 고기도 제 모습이 남아 있지만, 서양의 수프에는 원래의 재료 모습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각 나라에서 서로 다른 인종이 모여 형성된 사회지만, ‘미국’이라고 하는 솥에서 모두 고아져 각 민족이나 인종 고유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비슷하게 여러 나라에서 서로 다른 인종이 모여 사는 캐나다는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캐나다 사회는 샐러드에 비유한다. 온갖 식물이 섞여 있지만 양배추는 양배추대로, 과일은 과일 대로, 각기 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사회의 특성은 어디에 비유할 수 있을까? 비빔밥이다. 비빔밥에는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야 맛있다. 시금치도 들어가고, 콩나물도 들어가고, 달걀 프라이도 들어가고, 고기도 들어가고… 온갖 재료들이 들어간다. 샐러드는 주로 식물성 재료로 만들지만, 우리 비빔밥은 식물성 재료와 동물성 재료가 다 들어간다. 그런데 비비기 전에는 재료가 제 모습 그대로다. 사람 사는 사회로 치면 각자 개성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멋진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수프가 됐든, 샐러드가 됐든, 비빔밥이 됐든,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려면 재료보다 요리사가 중요하다.
훌륭한 요리사의 손에 들어가면 웬만한 재료는 멋진 요리가 돼서 나온다. 며칠 전에 집에서 짜장면을 만들었는데, 그냥 먹기 밋밋해서 거기다가 당근을 썰어서 얹어 먹어보았더니 짜장면과 당근이 입에서 따로 놀아맛이 영 이상했다. 당근도 짜장면도 좋은 식품이지만, 서로 어울리지 않게 조리하면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제맛을 낼 수 없다.
요즘은 남자들도 가정에서 요리를 곧잘하는 편이지만, ‘요리’하면 그래도 여성이 해야 제맛이 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여성들이 조화의 명수이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아이들끼리 싸울 때도 엄마가 중재를 해야 근본적으로 해결이 된다. 아버지들이 야단치는 것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상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 가엽게 여기는 마음을 우리는 ‘긍휼’이라고 하는데, 히브리어로 긍휼은 ‘라함’이다. 자궁을 말하는 ‘레헴’과 같은 어원이다.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기의 자궁에서 아이가 자라도록 허락하고 자리를 내주는 여성의 마음과 같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 불쌍히 여기는 마음, 가엾게 여기는 생각은 남자가 열두 번 죽었다가 깨어나도 여자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니까 여성이 이해력과 자비심이 많으니 여성이 참고 사는 것이 좋다? 물론 아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조정자, 지휘자로서 더 적합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각 분야에 여성비율이 높아져야 한다. 특성상 남자들은 화해하고 중재하고 수습하는 것은 잘 못한다.
어느 여성 공무원이 설 명절에 당직을 맡게 되자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단다. 지옥 같은 귀향전쟁을 겪지 않아도 되고, 익숙하지도 않은 음식 준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명절증후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명절을 흔히 전쟁에 비유한다. 요리는 요리사가 좌우하듯이, 전쟁은 유능한 지휘관이 좌우한다. 명절 전쟁의 지휘관은 여성을 추대하는 것이 답이다. 여성에게 전권을 맡기고 남성들은 명령에 복종하면 전쟁은 승리한다. 단시어머니와 며느리 중 누가 지휘권을 가질지는 여성들 사이의 권력투쟁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이때도 남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입 다물기! 귀댁의 이번 설전쟁은 어떠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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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Mon)
마을지기 [2012-02-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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