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충척지거 불휴능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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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충척지거 불휴능천리

척충척지거 불휴능천리

1995-01-21 (Sat)

전대환 [2004-09-28 02:19]

전대환

천리안 작가방

척충척지거불휴능천리(尺蟲尺地去不休能千里)...

자벌레가 한 자 한 자 기어가지만, 쉬지 않고 가면 천리를 간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늘그막에 만득자(晩得子)했다. 금이야 옥이야 귀한 아들 아닌가? 어쨌든지 간에 훌륭하게 키우려고 어려서부터 교육에 신경을 많이 썼다. 유명한 선생을 찾아 글을 가르치게 했건만, 이 녀석은 도무지 머리가 뚫리지 않아 갑갑하기 이를 데 없다.

선생은 도저히 구제불능이다 싶어

‘당신 아들은 머리가 모자란지 글이 도무지 머리에 안 들어가니, 죄송하지만 와서 데리고 가시기 바랍니다’

하고 편지를 보냈다.

‘이 어떻게 얻은 아들인데...’

아버지는 앞이 캄캄하고 하늘이 무너진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하는 수 없이 가서 아들을 데려올 수밖에.

‘열 댓살이나 먹도록 십년 공부에 일자무식(一字無識)이라니...’

산 마루를 넘어오다가 아버지는 급기야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보던 아들이 그 순간 퍼뜩 머리에 번쩍하는 것이 있었다. 땅바닥에다 대고 나뭇가지로 글을 썼다.

‘尺蟲尺地去不休能千里(척충척지거불휴능천리).’

이 글을 본 아버지는, 조금 전에는 비통(悲痛)의 눈물을 흘렸으나, 그 눈물이 이제는 감격(感激)의 눈물로 바뀌었다.

다시 오던 길을 돌이켜 선생에게로 찾아가 사실을 말하니, 선생도 감격하여,

“이제야 머리가 뚫리는구나”

하며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후부터는 한 자(字)를 가르치면 두 자를 깨우치는 문리(文理)가 트여, 마침내는 대문장가(大文章家)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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