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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왕국(美人王國)
미인왕국(美人王國)
1999-03-05 (Fri) 전대환 [2004-09-28 00:42]
전대환 내일신문
“열 여자 마다할 남자 없다.”
여자라고 다 여자일까만(남자도 마찬가지겠으나), 남자들이 그만큼 예쁜 여자들을 좋아한다는 뜻일 것이다. 열 여자를 데리고 살지는 않더라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왕이면 주변에서 예쁜 여자를 많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을 겨냥해서일까. 우리 곁에는 예쁜 여자들이 참 많다.
텔레비전을 보면 손꼽을 정도의 몇몇 여자 연예인 빼고는 모두들 미인들이다. 배우들은 그렇다고 치고 아나운서들까지 어쩌면 그렇게 예쁜 여자들만 뽑았는지 모를 일이다. 바둑 프로그램의 해설을 돕는 보조 진행자도 예쁜 여자가 아니면 안 되는 모양이다. 비행기를 타 보면 국내 항공사들의 여승무원들은 하나같이 늘씬하고 예쁘다. 큰 행사장에 가면 한 번쯤은 아래위를 쭈욱 훑어보게 만드는 몸매 좋은 도우미 아가씨들을 어김없이 만나게 된다. 어쩌다 큰 기업의 비서실을 들러 보면 거기에도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미녀가 반드시 있다.
얼마 전 일본항공을 이용해서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에도 여승무원들이 여럿 있었지만, ‘저 아줌마는 뭐 하는 아줌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나이 든 여자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있음으로 해서 비행기 여행은 참 편했다. 뭔가를 물어볼 때마다 친누이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대답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를 향하여서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을 보고, 다음에 일본항공을 이용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기쁘게 이용할 마음이 생기게 한 서비스였다.
요즈음은 우리 지역에서도 위성을 이용하여 여러 개의 외국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데, 특히 CNN 방송을 보면 여자 앵커들이나 기자들 중에 못난(?) 여자들이 더 많다. 우리 나라 방송의 일부 여자 아나운서들이 아무 표정 없이 마네킹처럼 입만 들썩거리는 것과는 달리 저들이 뉴스를 전하는 것은 생동감이 넘친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직업인 중 미인이 많아서 해로울 것이야 없겠지만, 실무(實務)적인 효율보다는 미인만을 선호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거품이 아닐까? 미인이 전하는 뉴스를 더 많이 볼 것이라는 기대에서일까? 그리고 미인이 전하면 왜 더 많이 보게 될까? 그와 한 번 사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그런 것일까?
항상 전면에 미인을 내세우는 것은 생산성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키 작고 배 나온 여자들이여, 용기를 가지고 아나운서도 되고 스튜어디스도 되시라. 상황이 허락지 않으면 투쟁을 해서라도 쟁취하시라. 그래야 우리 나라도 국제적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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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3-05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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