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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과 위선(僞善)
선(善)과 위선(僞善)
2016-01-24 (Sun)
마태복음서 5:20
전대환
한울교회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의가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의보다 낫지 않으면, 너희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마태복음서 5:20>


■ 들어가는 이야기

지난 주일에, 올겨울이 너무 춥지 않아서 좀 걱정이라는 말씀을 드렸더니, 그 이후에 날이 본격적으로 추워졌습니다. 이번 추위가 고비인 것 같은데, 우리를 포함해서 이웃들에게 동파나 동상 등등의 피해가 없이 이 겨울이 지나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오늘은 선(善)과 위선(僞善) 곧 진짜 선과 가짜 선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 장미의 향기

최근 세계 각국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져서 보기가 좋습니다. 며칠 전에 타이완에서 차이잉원(蔡英文)민주진보당 주석이 새 총통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정권교체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대만 최초의 여성총통이 나오게 된 것이지요. 이 사람이 상당히 당찹니다. 현 집권당인 국민당의 자산 몰수를 추진한대요. 선거에서 이겼다고 상대 당의 자산을 몰수한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생각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대만 국민당은 1949년부터 2000년까지 50년 넘게 정권을 잡았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1987년까지는 독재정치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제가 남기고 간 재산들과 독재시절에 축적한 막대한 재산을 국고로 넣지 않고 자신들이 챙겼다는 것이지요. 합법이든 불법이든 한번 손에 쥔 재산을 도로 빼앗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민주진보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는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이 승리했습니다. 이 당은 25년 전 1990년 총선에도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군부에서 수치 여사를 감금시켜버렸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상하원 전체 664석 중에서 25%(166석)를 군부에 할당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걸 뺀 전체 의석의 75%를 차지했습니다. 확실하게 단독정부를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렇지만 문제는 수치 여사 남편의 국적이 영국이기 때문에 헌법상 대통령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직함이든 명칭일 뿐입니다. 장미의 또 다른 이름이지요.” 이 말은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장미는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입니다.” 대통령이 됐든 평당원이 됐든 직함이 뭐 중요하냐, 직함이 자신의 영향력을 축소시키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 바리새파 사람들

장미를 뭐라고 부르든지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단미’라고 하든, ‘개똥’이라고 하든, ‘로즈’라고 하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도 그 아름다움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향기가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이름이 바뀌더라도 장미 자체에 변화는 없습니다. 내용과 포장이 다른 것, 특히 내용은 엉터리인데 포장만 잘해놓은 것이 문제입니다. 포장에 관계없이 내용이 유지되는 것을 ‘선’(善)이라고 불러 봅시다. 그런데 포장을 뜯어보니 내용이 꽝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위선’(僞善)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경우이지요. 겉은 조금 허름하더라도 속이 진짜배기라면 괜찮은데, 겉만 번드르르하고 속은 가짜인 것이 위선입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위선자’라고 콕 찍어주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입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마태복음서 23:3-7에 그 단면이 나와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르지 말아라. 그들은 말만 하고, 행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지기 힘든 무거운 짐을 묶어서 남의 어깨에 지우지만, 자기들은 그 짐을 나르는 데에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은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은 경문 곽을 크게 만들어서 차고 다니고, 옷술을 길게 늘어뜨린다. 그리고 잔치에서는 윗자리에,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에 앉기를 좋아하며, 장터에서 인사 받기와, 사람들에게 랍비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속이 구리니까 겉으로 더 두껍게 포장을 하는 겁니다. 이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이 누가복음서 18:11-12에 나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남의 것을 빼앗는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하는 자와 같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으며, 더구나 이 세리와는 같지 않습니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내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이처럼 이 사람들은 남들 눈에 보이는 일에는 엄청나게 신경을 씁니다. 왜냐하면 포장이 찢어지는 순간 그 치부가 다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목숨 걸 수밖에 없습니다.

■ 분별의 지혜

박근혜 대통령이 며칠 전에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 등장했습니다. 신문들은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 입법촉구를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기사내용만 보면 아, 대통령이 나라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이 추운 날에 거리에까지 나가서 애쓰시는구나, 하겠지요. ‘포장’을 대단히 잘했습니다. 자, 그러면 포장지를 벗겨보겠습니다. 첫째, ‘경제 활성화법’이라는 표현입니다. 이게 이른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법안 등입니다. 이것도 이름이 참 멋집니다. 서비스산업 발전하면 좋지요. 노동환경 개혁하면 좋지요. 그런데 그 내용이 문제입니다. 이 법안들을 대충 훑어보면 핵심은 이겁니다. 지금은 비정규직 제한기간이 2년입니다. 그걸 4년으로 늘리자는 거예요. 4년 동안은 마음대로 부려먹고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자를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40시간 넘게 일을 시킬 수 없습니다. 다만 노사가 합의할 경우 주당 12시간까지 연장근무가 가능합니다(총 52시간). 거기에다가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면 사업주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해서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거 초과수당 폐지하고 주간 노동시간을 60시간까지 늘리자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노동개혁입니까? 개악이지요. 둘째, 이 법을 추진하는 게 누구냐, 재벌입니다. 경제단체라고 했지만, 그게 재벌들 모임 아닙니까? 1%도 안 되는 부자들 편하게 해주자고 나머지 99%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겁니다. 셋째, 이게 ‘1천만인 서명운동’이래요. 아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법을 바꾸자고 하는구나, 하면서 그게 대세인 줄 착각하게 만드는 포장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서명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가짜 이름으로 한 사람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서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껍데기 벗겨보니 어떻습니까? 기도 안 찹니다. 그런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서 사람을 속이는 겁니다. ‘위선’입니다.

■ 맺는 이야기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의가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의보다 낫지 않으면, 너희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복음서 5:20). 여기서는 ‘의’라고 했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지혜가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지혜보다 낫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들의 속임수를 꿰뚫어볼 줄 아는 안목을 안 가지면 하나님 나라 못 만든다는 말씀이에요. 제 말을 마치면서 당부합니다. 아무쪼록 선과 위선을 제대로 분간할 줄 아는 지혜로운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6.1.24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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