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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끼치는 사람, 덕 끼치는 사람
폐 끼치는 사람, 덕 끼치는 사람
2015-12-06 (Sun)
로마서 13:8-10
전대환
한울교회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다 이룬 것입니다. “간음하지 말아라. 살인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탐내지 말아라” 하는 계명과, 그 밖에 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모든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하는 말씀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로마서 13:8-10>


■ 들어가는 이야기

내일(7일)이 대설(大雪)입니다. 본격적인 겨울이 왔다는 뜻이지요. 추워질 때도 됐습니다. 유난히 추위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있지요. 그러나 우리가 성령 안에 있으면 이겨내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성령님의 뜨거운 기운으로 이번 겨울도 따뜻하게 맞이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로마서의 말씀으로 교훈을 삼으려고 합니다. 로마서 13:10입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 삶의 지혜

조선 선조임금 때 벽암(碧巖)이라는 유명한 스님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벽암 큰스님에게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50년간 스님 생활 하시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르침 하나를 주십시오.” 그러자 큰스님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이빨 닦을 때 물로 입가심하면서 서서 하지 말고 앉아서 하라는 것이야. 왜냐하면 입가심하고 나서 물을 뱉을 때 옆 사람에게 물이 튀니까.” ― 현각, ≪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상)≫(열림원, 2000), 240쪽. 50년씩이나 수도생활을 한 고승의 가르침치고는 너무 초라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것은 곧 성경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로마서에서 바울이 그랬잖아요.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유대교에도 유명한 랍비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힐렐이라고 하는데요, 언젠가 한 비유대인이 불쑥 찾아와서 힐렐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외발로 서 있을 수 있는 동안에 유대 학문의 전체를 가르쳐주십시오!” 힐렐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에게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마십시오.” ― 마빈 토케어(은제로 역), ≪탈무드≫(컨콜디아사, 1980), 12쪽. 불교에도 도력 높은 스님이 있고 유대교에도 훌륭한 스승이 있지만, 예수님만큼 지혜로운 분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예수님도 비슷한 취지의 교훈을 주셨는데, 예수님의 가르침은 차원이 다릅니다. 누가복음서 6:31입니다. “너희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여라.” 상당히 긍정적이고 적극적입니다. 그냥 폐 끼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대접’하라는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가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중국의 어떤 황제가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튼튼하던 자기 이빨들이 몽땅 빠지는 꿈이었습니다. 그 꿈이 무엇을 예시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마음이 몹시 불안했습니다. 이튿날 황제는 조정에 나가서 군신들에게 꿈의 길흉을 물었습니다. 승상이 말했습니다. “폐하, 그것은 악몽입니다. 그 꿈은 폐하의 친지들이 모두 일찍 죽게 된다는 것을 예시합니다.”

■ 폐(弊) 끼치는 사람

황제는 승상이 자기를 저주한다고 여기고 크게 화를 내면서, 승상에게 곤장 40대를 때리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승상의 해석을 들은 황제는 더욱 마음이 초조했습니다. 얼마 후 아판티(위구르족 민간 설화 속의 총명한 노인)가 황궁에 오자 황제는 그에게 해몽을 부탁했습니다. 아판티가 말했습니다. “폐하, 그것은 길한 꿈입니다. 그 꿈은 폐하가 폐하의 친지들보다 장수하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면서 아판티에게 많은 재물을 상으로 내렸습니다. ― 리이위(장연 역/리이위 편), ≪세 치 혀가 백만 군사보다 강하다≫(김영사, 2004), 466-467쪽. 이가 빠지는 꿈을 꾸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승상의 해석이나 아판티의 해석이나 모두  이 속설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승상은 부정으로 표현했고 아판티는 긍정으로 표현했습니다. 승상에게 돌아온 것은 곤장 40대, 아판티에게 돌아온 것은 많은 재물이었습니다. 결국 똑 같은 말인데,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에게 덕이 될 수도 있고, 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의 특징은 남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만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말하지 않아도 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일들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마트에서 통로 아무데나 카트를 세워놓고 자기 볼일을 본다든지, 열차나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목소리 톤을 높여서 전화통화를 한다든지, 지하철 같은 데서 양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다든지, 음식점에서 큰소리로 떠들면서 밥을 먹는다든지, 개를 풀어놓고 키운다든지, 시간을 안 지켜서 남의 시간을 빼앗는다든지, 나이가 어려 보이면 아무에게나 반말을 해댄다든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그냥 상식이 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죄를 짓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됩니다.

■ 덕(德) 끼치는 사람

예수님도 말씀하셨습니다만, 우리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덕을 끼쳐야 합니다. 폐 끼치며 사는 사람들 욕만 하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언제 어디서나 폐 끼치며 사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걸 탓할 게 아니라 우리가 덕을 많이 끼치면 세상은 밝아집니다. 그리고 그 혜택은 바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1992년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1995년 초에 거길 갔었는데 그때까지도 폭동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을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한인 가게들이 불에 타버렸습니다. 그 피해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오히려 흑인들의 도움을 받은 상점도 있었습니다. 매일 저녁, 상점의 물건을 정리할 때면, 그날 팔지 못한 식품은 멀쩡한 것들도 쓰레기통에 버려집니다. 그때 주인은 그것들을 깨끗이 포장해서 상점 주변의 굶주린 흑인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상점 한 모퉁이에 베니어판 몇 장으로 그들의 휴식처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밤에 상점을 잘 돌보아 주었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것은, 흑인 폭동이 나던 날, 그 걸인들이 그들의 패거리들을 몰고 와서 그 상점을 지켜주었다는 것입니다. 모든 상점이 불타서 생활필수품이 귀할 때 그 가게는 거지들 덕에 큰 호황을 누렸다고 합니다. ― 장태원 편, ≪유머와 지혜≫(도서출판 Grace Top, 1997), 54쪽. 그 3년 뒤에 세미나가 있어서 제가 LA에 갔었지요. 코리아타운이라고 부르는 한인 밀집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백화점에 가봤습니다. 셔터는 반쯤 내려져 있고 문은 잠겨 있었습니다. 안에는 불이 켜 있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영업을 하는 건가, 의아해 하면서도 인터폰을 눌렀더니 그제야 문이 열렸습니다. 폭동사건이 났던 게 3년 전이었는데도 그 때까지도 도시가 이 정도로 살벌했습니다. 난리가 났던 당시에는 얼마나 참혹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가게가 그런 가운데서도 호황을 누렸다면 얼마나 덕을 많이 쌓았을지 짐작이 갑니다.

■ 맺는 이야기

잠언 22:11에서 “깨끗한 마음을 간절히 바라며 덕을 끼치는 말을 하는 사람은, 왕의 친구가 된다”라고 했습니다. 아무쪼록 저와 여러분은 세상에 덕을 많이 끼치는 주님의 자녀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5.12.6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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