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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이유, 안 망하는 이유
망하는 이유, 안 망하는 이유
2014-05-18 (Sun)
창세기 18:32
전대환
한울교회


[오디오파일 듣기/내려받기]

■ 성서 본문

아브라함이 또 아뢰었다. “주님! 노하지 마시고, 제가 한 번만 더 말씀드리게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거기에서 열 명만 찾으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그 성을 멸하지 않겠다.”

<창세기 18:32>


■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도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 위에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은혜와 평화가 충만히 임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지금 교회력 절기가 부활절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보니 최근 몇 주 동안 계속 마음 아픈 일을 주제로 해서 이 시간에 말씀을 나누게 됩니다. 아픔이 있을 때는 그것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아플 만큼 아프고 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 아시고, 이해하실 줄 믿습니다. 오늘은 34년 전인 1980년 5월 광주의 일을 기억하고 그 뜻을 되새기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주일입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일이었습니다.

■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

먼저 성경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익히 들어서 아시겠지만, 창세기 18장의 소돔 이야기입니다(재구성). 어느 날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브라함아, 내가 너한테만 말한다만, 앞으로 소돔과 고모라에 엄청난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말로 다 못할 죄를 저지르고 있다.” 아브라함이 들으니 이거 보통 일이 아닙니다. 소돔 성에 자기 조카 롯이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브라함이 주님께 아뢰었습니다. “의인을 기어이 악인과 함께 쓸어버리시렵니까? 그 성 안에 의인이 쉰 명이 있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주님께서는 쓸어버리시렵니까? 의인을 악인과 함께 죽게 하시는 것은, 불공정한 일입니다!” 주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의인 쉰 명만 찾을 수 있다면 그들을 보아서라도 성 전체를 용서하겠다.” 아브라함이 다시 아뢰었습니다. “티끌이나 재밖에 안 되는 주제에, 제가 감히 아룁니다. 의인이 쉰 명에서 다섯이 모자란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흔다섯 명만 찾아도 멸하지 않겠다.” “마흔 명만 찾으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마흔 명을 보아서 그 성을 멸하지 않겠다.” “주님! 노하지 마시고 들어주십시오. 서른 명만 찾으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서른 명만 찾아도 멸하지 않겠다.” “감히 주님께 아룁니다. 스무 명만 찾으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스무 명만 있어도 멸하지 않겠다.” 아브라함이 또 아뢰었습니다. “주님! 노하지 마시고, 한 번만 더 말씀드리게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열 명만 찾으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주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그 성을 멸하지 않겠다.” 결국 소돔은 망했습니다.

■ 재난의 전조

이 이야기를 두고 어떤 사람은 세상에 기독교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 해석은 틀렸습니다. 기독교인이 많다고 그 도시가 안 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낱말은 ‘의인’(義人)입니다. 혹시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이게 뭔가 하면, 대형 사고나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전조(前兆)가 있다는 것입니다. 큰 사고가 한 번 일어나기 전에는 스물아홉 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그에 앞서 3백 번의 사소한 전조가 나타난다는 얘긴데, 이것을 ‘1:29:300법칙’이라고도 합니다. 글쎄요, 이 이론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검증됐는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충분히 일리 있는 이론인 것 같습니다. 대형 사고나 재난이, 마른하늘에서 날벼락 떨어지듯이 갑자기 꽝 하고 터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번에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겪었습니다만, 화물을 규정보다 많이 싣는 배가 어디 세월호뿐이겠습니까? 구조물을 불법으로 개조한 배가 어디 그 배뿐이겠습니까? 승객을 구조할 생각은 하지 않고 혼자 도망가는 선장이 어디 세월호 선장 그 사람뿐이겠습니까? 문제 있는 배마다 사고가 나기로 친다면 우리는 날마다 사고를 당하거나 사고소식을 들으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 한 번씩 사고소식을 접합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주변에는 폭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널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 폭탄들이 터지지 않는 것은 누군가가 그것들을 잘 관리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정치지도자나 유명한 사람들이 끌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사회 구석구석에서 묵묵히 자기 구실을 하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이나마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의인’들이지요. 아마 소돔성에 폭탄 지킴이 열 명만 있었어도 그 난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 1980년 광주

지금부터 34년 전 오늘, 광주에서 민중항쟁이 일어났습니다. 이날부터 일주일 동안 광주시민들은 외부와 고립된 상태에서 전두환 군부와 싸웠습니다. 작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광주 시민들이 한때 광주를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해방 광주’라고 불렀습니다. 이정도 되면 온갖 혼란이 속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오히려 감동적인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계엄군이 전 도시를 차단했는데도 광주에서는 생필품 매점매석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총기가 수천 점이 풀린 상황이었지만 광주에서는 단 한 건의 강도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시민군들이 실탄이 장전된 총과 수류탄을 들고 다녔어도 총기 사건이나 폭발사건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가게 털렸다는 데도 없었습니다. 딱 두 곳, KBS와 MBC가 불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시민들이 직접 겪고 있는 일에 대해서 텔레비전에서 완전히 거꾸로 이야기하니까, 그거 그냥 둘 수 없지 않습니까? ―  한홍구, ≪특강―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한겨레출판(주), 2009), 356쪽. 어쨌든 그때는 모든 광주시민이 ‘폭탄 지킴이’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5.18 당시 전라남도 경찰국장이 안병하(安炳夏) 씨였습니다. 그는 경찰도 무장하라는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오히려 경찰관의 무기휴대를 금지시켰습니다. 그는 지휘권포기혐의로 연행됐다가 그 후유증으로 1988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항명이 없었다면 경찰의 총에도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입니다. 또한 시민들에게 총질을 한 경찰관들은 마음이 편했겠습니까? 한평생 가슴에 상처를 지니고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도경국장이지만 계엄 상황에서 계엄군의 명령을 거부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겠다는 뜻입니다. 그는 엄청난 폭탄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걸었습니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창세기에서 말하는 ‘의인’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 맺는 이야기

세월호 참사 당시, 승무원(비정규직)이었던 박지영 씨는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라고 말하며 끝까지 구명활동을 하다가 희생됐습니다. 양대홍 사무장은 아내에게 “지금 아이들 구해야 하니까 전화 끊어!”라는 말을 남기고 역시 희생됐습니다. 역시 의인들입니다. 세월호 승무원 가운데 의인이 한둘만 더 있었어도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우리도 각자 제자리에서, 폭탄이 터지지 않게 지키는 폭탄 지킴이, 곧 ‘의인’들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 2014.5.18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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