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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베트남도 검인정교과서로 돌아서
[전대환 칼럼] 베트남도 검인정교과서로 돌아서
2015-10-22 (Thu)
마을지기 [2015-10-22 17:45]
전대환
석간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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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베트남도 검인정교과서로 돌아서

전대환(사회평론가 | 한울교회 목사)

2015-10-22 11:39:59 게재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1970년대에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점심시간마다 도시락 검사를 해서 잡곡비율이 30%가 안 되면 불려나가서 그 벌로 청소를 하거나 반성문을 써야 했다.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 뇌리에 생생하다. "감히 정부 시책을 안 따라? 그러고도 너희들이 이 나라의 국민이야?" 유신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때라 적잖은 사람들이 정부의 시책은 곧 온 국민이 따라야 하는 절대가치로 인식했었다.

북한에서는 당의 결정이 곧 지존의 진리이며 인민이 그것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배웠던 터라, 거기나 여기나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지만, 입 밖으로 꺼냈다가는 체벌밖에 돌아올 것이 없었으므로 이런 비민주적인 행태들에 대해서 일기장에만 적어놓고 말았던 적도 있다. 일기장도 검열을 당해야 했기에 제출용과 소장용이 따로 있었다.

당시 학교 주요행사 가운데 교련검열이라는 게 있었다. 평소 군사훈련 받은 것을 평가받는 시간이다. 아침부터 전교생이 M1모형소총을 메고 운동장에 집합해 열병, 분열, 총검술, 삼각건 묶기 등 일련의 시범을 다 마치면 해가 뉘엿뉘엿했다. 평가점수가 낮으면 학교 책임자들이 문책을 당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렇지 않고야 입시가 급한 학생들을 그렇게 내몰았을 리가 없다.

발랄함보다 일사불란에 더 높은 점수

우리가 살던 도시에서는 시내의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이 공설운동장에 모여서 교련실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남녀공학이 없던 환경이라 멀리서나마 이웃 여학교 학생들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여서 마음 한 구석 설렘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모여서 했던 것은 결국 교련검열의 반복이었다. 학교별 카드섹션 응원도 있었으나 그마저도 자유로움과 발랄함보다는 일사불란함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문화 속에서 중고등학교 6년을 보내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는데, 한동안 적응이 힘들었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지방과 서울의 의식 차이는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맞수 대학교와의 체육 정기전 응원단으로 참가했을 때의 문화적 충격은 혼이 빠질 지경으로 컸다.

교내 노천극장에서 응원연습을 두어 차례 했는데, 그때 단장이 이런 말을 했었다. "신입생들은 좀 어색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개체의 자유화, 무질서 속의 질서'입니다. 우리 응원은 앞에서 지휘하는 대로 여러분이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각자가 마음껏 흥겹게 응원하면 그것이 모여서 전체적인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교복을 벗고 대학생활을 시작한 것이 나에게는 단순히 진학의 수준이 아니라, 독재사회에서 민주사회로의 이동이었고, 옛 시대에서 새 시대로의 진입이었고, 타율에서 자율로의 변환이었다. 나는 대학시절 그 흔한 '스터디그룹'에 가입한 적도 없고 정기적으로 '사상학습'을 받은 적도 없다. 나의 변화를 통해서 민주화투쟁이 왜 필요한지, 왜 유신을 종식시켜야 되는지 몸으로 느꼈을 뿐이다.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던 시절이 이랬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곁말이 길었다. 그때는 사회ㆍ정치적인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유신통치를 견디고 살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달라도 크게 다르다. 멀쩡한 제도를 버리고 40년 전의 국정교과서 제도를 채택하는 것이 시대역행이라는 것은 교육부 당국자들이나 새누리당 의원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교과서 문제, 이제 출구 찾을 때

정부와 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지만, 숨은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100회 생일 제사상에 고인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올리고 싶어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최근의 여론동향도 반대쪽으로 크게 기울고 있다.

거의 모든 민주국가에서 검정을 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등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던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서 베트남도 최근 검인정제로 방향을 잡았다. 어느 여당 인사는 우리나라 역사학계 인사 90%가 좌파라고 했다는데, 그렇다면 그들의 견해는 좌편향이 아니라 상식이다.

이것으로 이미 국정화 주장은 사실상 추진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하루빨리 출구를 찾아서 국정화 철회를 선언하는 것이 순리다. 제사상 빛내려다가 오히려 고인을 더 욕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5.10.22 석간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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