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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古鐵)과 만능기계
고철(古鐵)과 만능기계
1996-01-24 (Wed) 전대환 [2004-09-28 00:21]
전대환 내일신문
컴퓨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오늘날의 세상이 컴퓨터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거의 없으니, 또 컴퓨터 이야기를 해 보자.
흔히 눈으로 보이는 기계를 컴퓨터라고 부르지만, 껍데기만 있으면 그것은 결코 컴퓨터일 수 없다. 그냥 고철에 불과하다. 옛날 같으면 엿이나 바꾸어 먹겠지만 요즈음은 돈을 매달아 붙여야 내버릴 수 있다. 컴퓨터 안에 좋은 소프트웨어(Software)가 들어 있어야 컴퓨터는 비로소 컴퓨터이다. 그러나 좋은 소프트웨어만 들어 있다고 해서 컴퓨터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더없이 요긴한 도구일 수도 있고 몇 만원짜리 오락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어디 컴퓨터 뿐이겠는가? 사람의 몸뚱이를 하드웨어(Hardware)라 한다면 정신은 소프트웨어이다. 정신이 제대로 들어 있지 않은 사람은 고철 덩어리로 썩는 컴퓨터와 다를 바가 없다. 코도 입도 눈도 다 잘 생겼으되 머리가 비어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어디다가 쓸 것인가? 더 나아가서, 아무리 지성이 뛰어나다고 한들, 그것을 잘못 사용한다면 그 역시 위험하다. 두 살박이 아기에게 최신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맡기는 꼴이다.
컴퓨터에 있어서 사용자의 위치는 인간에게 있어서 종교의 영역이다. 어차피 사람이 완벽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면 절대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무리다.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나의 사용자는 과연 누구인가도 생각해봄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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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1-24 (Wed)
전대환 [2004-09-2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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