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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스케이프와 복수의 용
넷스케이프와 복수의 용
1997-02-18 (Tue) 전대환 [2004-09-27 23:21]
전대환 KBS 제1라디오
어제 저는 PC 통신망을 통하여 재미있는 편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이상한 것이 발견되어 편지를 했다는 것인데, 처음에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큰 이변이나 일어난 것처럼 놀라움과 분노로 가득 찬 편지였습니다.
요즈음 같은 시대에 인터넷이란 말 정도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터이고, 웬만한 분이라면 '넷스케이프'라는 웹브라우저를 통해서 한두 번쯤은 인터넷에 접속해보셨을 것입니다. 이 '넷스케이프'라고 하는 도구는 인터넷에 접속한 후 그래픽 환경에서 인터넷을 탐험하도록 만든 것으로서, 미국의 넷스케이프사에서 만든 훌륭한 소프트웨어입니다. 저에게 편지를 보낸 분의 말에 의하면 넷스케이프를 가동시켜 찾아갈 위치를 써넣는 곳에다가 "about:mozilla"라고 써넣으면 핏빛 바탕에다가 영문으로 이상한 문구가 뜬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 보았더니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And the beast shall come forth surrounded by a roiling cloud of vengeance. The house of the unbelievers shall be razed and they shall be scorched to the earth. Their tags shall blink until the end of days. ― from The Book of Mozilla, 12:10."
이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휘몰아치는 복수의 구름에 둘러싸여 그 짐승이 올 것이다. 그를 믿지 않는 사람의 집은 이 땅에서 무너지고 타 없어질 것이다. 그 흔적은 마지막 날까지 깜빡거릴 것이다. ― 모질라의 책 12장 10절."
거기다가 유닉스 버전에서는 이 멧시지가 뜬 후에 마우스로 넷스케이프 아이콘을 누르면 넷스케이프 마스코트에서 'N' 자가 없어지고 용과 같은 괴물이 불을 뿜어내는 애니메이션이 등장합니다.
어제 저에게 편지를 보낸 분과 같은 기독교인이라면 놀라고 분노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성경에 보면, 지구 마지막 날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름을 타고 세상에 내려오셔서 그를 믿는 자는 구원하고 믿지 않는 자는 심판하리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즈음에 하늘의 천사들이 사탄 또는 마귀의 세력인 용과 전쟁을 하여 이기리라는 것인데, 저 세계인이 쓰는 소프트웨어에 이와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는 데 대해서 기독교인으로서 놀랄 만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모질라"라는 말은 넷스케이프사의 마스코트 이름으로서, 미키마우스나 도널드처럼 귀여운 동물로 보아 주면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모질라와 함께 뜨는 멧시지는 제가 보기에 넷스케이프를 만든 프로그래머가 장난 삼아 만들어본 것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장난치고는 좀 지나친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 악마가 만든 것도 아니고, 싱거운 사람이 장난친 것을 가지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는 일이겠지요. 우리는 편리하게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 그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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